인플레투자, 채권 빼서 실물 탄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09.06.15 09:27

[머니위크]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투자전략은?

최근 금융시장의 화두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입된 막대한 유동성을 언제, 어떻게 다시 거둬드릴지 각국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들은 이제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바닥에 내려섰던 금리도 위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도 다시 바빠졌다. 급변하는 투자 환경에 따라 투자처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유망한 자산으로 갈아타기에 나서며 투자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하에 힘입어 자본이득을 올린 채권에서 차익실현을 하고 원자재나 물가연동채권과 같은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으로 옮겨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채권 투자 한물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는 '채권 중도환매 서비스'를 통해 채권을 환매하는 규모가 올 들어 월 평균 2000억원으로 지난해 1400억원에 비해 43% 증가했다.

올 들어 소액채권 판매가 월 평균 5200억원으로 지난해 3200억원보다 63% 급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투자에 몰렸으나 또 한편으론 채권 가격이 고점이라고 판단해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오르면 내리고 금리가 하락하면 상승한다. 금리가 크게 올랐을 때 채권을 매수한 후 금리가 떨어질 때 매도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당초 채권시장에는 하반기 경기회복 속도가 더뎌질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경기가 2분기 바닥을 치고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이제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외국계 골드만삭스도 최근 하반기 현행 2.0%인 기준금리 인하전망을 접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반면 인플레 우려가 부각돼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으로 선회했다.

시중 금리 움직임도 심상찮다. 국고채 3년물은 연 4%를 상향 돌파했고 2년 내외의 단기금리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금리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기조적인 변화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권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라는 메시지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침체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더라도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등의 상황에서는 금리가 위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을 팔아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반영되면서 최근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금융완화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금리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제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완화기조가 유지된다면 수혜를 보는 것은 채권이 아닌 실물 자산과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돈 몰리는 원자재펀드

이러한 변화는 이미 원자재펀드로 향하는 자금 흐름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물 가치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시대에 가장 유망한 투자는 역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원자재 가격은 거침없는 상승 행진을 하고 있다. 6월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1.32달러(1.9%) 오른 71.33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10월 말 이래 최고치이다. 금 가격도 온스당 950달러를 돌파했다.

원자재가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원자재펀드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원자재펀드는 평균 13% 이상의 월간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WTI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수익률이 최근 한달 동안에만 28%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4월 설정된 '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자투자신탁'도 23%의 수익률을 냈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블랙록월드골드', '블랙록월드광업주', '신한BNPP골드', '슈로더이머징마켓커머더티', '미래에셋이머징천연자원' 등도 2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50%를 넘는 등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원자재펀드로 유입되는 자금도 증가 추세다. 원유, 농산물, 금 등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은 이달 들어 1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6월 초순까지 2300억원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반사 작용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크지만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홍콩의 스티븐 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천연자원 비축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강력한 내수 부양 필요성이 더해져 원자재 구매를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수준까지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현 수준보다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물가연동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연동채권은 채권이 물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 착안해 물가가 올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이자를 더 지급받을 수 있고 분리과세 혜택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주로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찾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연초 이후 1442억원의 물가연동채권을 팔았는데 특히 지난 5월 한달 동안에만 588억원어치가 팔리는 등 최근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연동채권은 투자자들에 익숙지 않은 투자 상품이고 거래 종목이 한가지로 신규발행 물량이 거의 없어 거래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주식투자도 원자재 관련주에 관심 가져라

주식시장에서도 원자재주가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상승동력 삼아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넘어선 이후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가 호재로 작용할 개별종목 찾기에 관심이 뜨겁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정유주와 철강금속 관련주, 자원개발 관련주 등이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손꼽이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에서 물가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지 급격하게 올라갈 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주식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투자전략에 변화를 줄 시기는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 부각에 따라 소재업종이나 상품 관련주들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일정부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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