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달러 흔들기 나섰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6.11 11:42

美국채 대신 IMF채권 매입, 달러 의존도 줄인다…기축통화 논란 가열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지원을 각기 늘리고 있다.

지난4월 런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지만 브릭스의 위상 강화라는 숨은 목적이 깔려 있다. 보유한 미 국채를 팔아 IMF 지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IMF내 영향력 확대와 함께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드는 일석이조의 노림수이다.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은 각기 미 국채 대신 IMF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브릭스 4개국 정상들은 오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국채 발행의 핵심 자금원인 브릭스 국가들의 IMF 채권 매입 확대 계획은 미 국채 보유 감소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근간을 흔들어 조만간 첨예한 국제 경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 브릭스, 미 국채 대신 IMF 채권 매입=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브라질은 외환보유액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각각 100억달러씩, 총 200억달러의 IMF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지난주 500억달러 규모 IMF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고, 인도도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미 채권 보유국 중국의 행보다. 7680억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미 국채 대신 IMF 채권 매입에 주력할 경우 미 국채 시장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러시아는 한술 더 떴다. 알렉세이 울유카예프 러시아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IMF 채권을 매입하는 대신 미 국채를 내다팔 계획"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러시아는 4011억달러 외환보유액 가운데 1400억달러를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IMF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브릭스 국가들의 채권 매입 방안을 승인할 전망이다. 코니 로체 IMF 대변인은 "IMF가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 이사회를 개최하고 채권 발행 계획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IMF는 구제자금 확충을 위해 채권 매각이 절실한 상황이다.

◇ 달러 회피 美경제 치명타, 'SDR' 기축통화로=2조8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브릭스의 미 국채 보유량 축소는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충당할 재원 조달을 방해해 자칫하면 미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는 1조7500억달러로 지난해 4550억달러에 비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발행되고 있는 미 국채에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미 국채에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자바오 총리에 미 국채 매입을 지속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브릭스의 IMF 채권 매입 계획은 미국의 세계 경제 영향력을 줄이는 한편 IMF 위상 강화를 노린 것이다. IMF의 통화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IMF의 영향력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이딥 무커지 스탠더드앤푸어스(S&P) 신용 애널리스트는 "브릭스 국가들이 IMF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달러 위주 외환보유액을 재할당 하려는 극적인 시도"라면서 "IMF를 정치적으로 지원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달러 위주의 경제 체제가 변하고 있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