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크라이슬러의 3번째 '결혼'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09.06.12 07:00
세계 자동차 업계는 '뉴 크라이슬러'의 새 출발을 주목한다. 파산한 크라이슬러를 파트너로 맞이한 이탈리아 피아트는 당장 세계 6위 규모의 자동차 제조업체로 거듭날 단 꿈에 젖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시한에 쫓겨 졸속 진행됐다는 평가와 함께 과거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크라이슬러는 과거 '두번의 결혼' 전력을 가진 사연 많은 회사이다. 이번이 세번째 결혼인 셈이다.

앞선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서버러스캐피털이 올렸던 두 번의 결혼은 뒤끝이 모두 좋지 않았다.

1998년 다임러와의 초혼은 대서양을 아우르는 거대 자동차 업체의 탄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두 회사는 구매, 유통망 공유를 통해 3년 안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 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궁합은 생각만큼 잘 맞지 않았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무엇보다 기업 문화가 서로 맞지 않아 결국 2007년 파경을 맞았다. 다임러는 '위자료'격으로 당초 투자액의 30% 손실을 봐야했다.

버림받은 크라이슬러에 손을 내민 것은 차입매수 전문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크라이슬러의 판매는 부진했고 결정적인 글로벌 침체까지 겹치며 4월 말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고 말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버러스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끝내야 했다.

이번 피아트와의 결합은 다를 것이라는 평가도 물론 없지 않다. 크라이슬러 인수에 회사 명운을 걸었다고 밝힐 만큼 피아트의 의지는 결연해 보인다. GM과 함께 붕괴된 미 자동차 업계 재건이라는 사명을 안고 있는 크라이슬러로서도 최선을 다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피아트와의 동거 역시 앞선 두 번의 실패와 다를 바 없으리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크라이슬러 내부에서조차 피아트의 재무 건전성과 기술 이전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합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거듭 흘러나왔다. 또 다임러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간의 문화 차이도 극복을 해야한다.

게다가 크라이슬러에 지분이 있는 채권단들은 '결혼 무효'를 외치고 다닌다. 이들 채권단들의 결혼 무효 주장에는 일정 부분 정당성도 있어 부부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인디애나 연기금 등 일부 채권단들은 크라이슬러의 자산 매각으로 애초에 보장돼 있던 자신들의 보상 우선순위가 밀렸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보장된 투자자 권리가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새 출발에 축복만 보내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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