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M&A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니엘 층 성균관대 SKK GSB 교수 | 2009.06.13 07:27

[MBA지상특강]해외 기업 인수의 A to Z

오늘날 한국 기업의 가장 절박한 도전과제 중 하나는 세계화다. 지금까지는 일부 대기업들만이 해외로 뻗어나갔고 대다수는 내수 시장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 대부분은 과거 선진국의 기업들이 그랬듯이, 신생 기업에 직접 투자해 해외의 판매 및 제조 시설을 갖추는 방식의 해외 진출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최근 세계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그 속도 역시 증가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제1의 전사적 전략으로 삼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외 기업 인수가 현재 해외 직접 투자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년을 돌이켜 보면, 아시아 기업들도 해외 기업 인수의 물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1980년대부터 싱가포르와 홍콩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에 착수했고 대만, 말레이시아 기업이 그 뒤를 따랐다. 신설 투자를 선호하던 일본과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가 되어서야 해외 기업 인수를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비교적 저조한 편이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신설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수년간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최고경영자와 극소수 경영진을 제외한 일반 경영진은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기본적 이해부터 전제돼야 함은 자명하다.

우선, 해외 기업 ‘합병’과 ‘인수’의 개념부터 알아보자. 해외 기업 합병과 인수는 M&A라는 통칭으로 한데 묶여 거론되곤 하지만, 합병과 인수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서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판이하다. 해외 기업 ‘합병’은 유사한 크기의 다른 나라 출신 두 기업이 한데 합쳐 새로운 국제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다.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통해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설립한 것이 좋은 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국가의 기업이 다른 국가의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해외기업 ‘인수’다. 피인수 기업이 인수 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며, 소니가 콜럼비아 픽쳐스를 인수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국제 M&A 거래의 97%가 합병이 아닌 인수 형태로 이뤄진다.

해외 기업 인수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수평적 인수’로 타국의 동종 업계 경쟁 기업 두 곳 간의 인수이다. 두 번째는 ‘수직적 인수’로 다른 국가 출신인 공급망 상류의 공급업체와 하류의 구매자 간의 인수를 가리킨다. 세 번째는 ‘대기업 형 인수’다. 이 경우 양 기업은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하고 뚜렷한 관련이 없는 업종이다. 해외 기업 인수의 약 20%가 이 대기업 형 인수에 속한다.

해외 기업 인수의 장점은 뚜렷하다. 인수 기업은 합병 조직을 강하게 통제할 수 있고, 독점적 지식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피인수 기업의 상표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시장 진입과 개발을 가속화 시켜 현지 시장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존재한다. 인수 기업은 종종 인수 가격에서 바가지를 쓰거나, 피인수 기업의 현지 운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효과적인 통합에 실패하곤 한다.


과거 해외 기업 인수의 성과를 위의 장단점에 비추어 평가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70%에 달하는 기업이 ‘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이 기업들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모두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다.

많은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통합 및 관리에 고군분투하는 동안 오히려 양 쪽 모두 성과가 악화되기도 했다. 인수기업의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피인수 기업의 주주들은 반짝 주가 상승을 경험할 뿐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인수-피인수 기업이 속한 다른 문화권 간 차이나 규제 및 규율 등 각 기업의 조직적 차이, 또는 조직 내부적 문제들이 거론된다. 조직 내부의 문제로는 전략적 일치 부진, 상이한 조직 문화, 통합 역량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해외 기업 인수 결과가 성공적인 경우도 있다. 해외 기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의 간단한 규칙을 명심하자. 그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근 국가의 기업을 인수하라. 사회 문화적 성격이 비슷하며 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에서 관련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한다면 경영 기법, 문화적 유사성 및 고객 관련 지식 등 강점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의 통합을 촉진하고 피인수 기업의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해외 기업 인수의 포트폴리오 성과에 초점을 맞춰라. 대형 해외 인수 한 건 보다는 소규모 해외기업 다수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 그 편이 위험을 분산시키고, 개별 인수 건의 관리가 용이하며 과거 인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해외 기업 인수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이해하라.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개발하고 수익 상승 및 비용 절감과 같은 단기 목표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과 인재 채용 등 장기 목표를 분명하게 정의하자. 이 방법을 통해 인수 기업은 인수된 해외 기업을 적절히 평가하고 경영할 수 있다.

넷째, 사업 부서의 지원을 강조하라. 상명하달 및 기업 주도형 인수를 피하고 각 사업 부서의 활발한 참여를 도모한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잠재력 평가가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전사적 및 사업 부서 차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 기업과의 통합 및 조율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중견 기업 등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 전략으로서 해외 기업 인수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유용한 전략으로 해외 기업 인수 카드를 꺼내기 전에, 한국 기업과 경영진은 피인수 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해외 기업을 통합 및 경영할 수 있는 내부적 역량 개발이 선결 조건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