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안정성 'A2'..."회사채만도 못해"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9.06.09 13:48

재정적자 급증·안전자산 수요 감소…국채 '엑소더스' 우려

최고 신용등급 '트리플A'(AAA)를 자랑하는 미국 국채의 안정성이 이보다 신용등급이 5계단이나 낮은 'A2' 등급의 회사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가 전액 지급보증하는 재무부 발행 채권은 그동안 어떤 투자자산보다 높은 안전성을 자랑해 왔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캠벨 수프 등의 기업보다 부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통조림 회사보다 못 믿을 美정부?…국채 CDS프리미엄 상승
금융정보회사 CMA 데이터비전에 따르면 채권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왑(CDS)을 기준으로 미 국채의 안정성은 이들 기업보다도 낮은 상태다.

8일 기준 5년 만기 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43.7bp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MS 32.5bp, 인텔 29.8bp, 캠벨 수프 27.4bp 등으로 이들 3개 기업의 CDS 프리미엄이 오히려 낮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채권의 부도위험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디스가 평가한 미 국채의 신용등급은 'AAA'로 현존하는 최고 신용 등급이다. MS는 국채와 동일한 'AAA' 등급이지만 인텔은 4계단 낮은 'A1', 캠벨은 5계단이나 낮은 'A2' 등급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웰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제이 뮐러 매니저는 "이들 3개 기업의 재무제표는 어느 선진국의 재정 상태보다도 나은 상태"라며 "미 국채보다 CDS 프리미엄이 낮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미 국채의 CDS 시장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아 회사채 CDS 시장보다 비효율적"이라며 "특정한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美 재정적자 급증 우려…MS·인텔과 대비
미 국채는 어느 기업이나 국가보다 신용등급과 안정성이 우수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CDS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기업과 비교했을 때 미 정부의 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MS는 부채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통조림 수프로 유명한 캠벨은 부채 규모를 계속 줄여왔다.

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1조75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세계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미 재무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풀기 시작하면서 국채 수익률은 3.9%까지 치솟았다. 이와 더불어 국채 CDS 프리미엄도 한 달 전보다 27bp나 급등했다.

D.A.데이비슨의 국채 딜러인 메리 앤 헐리는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 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미 국채의 부도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우려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해외 '큰 손'의 손절매 가능성도
미 국채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 등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보유고 대용으로 미 국채를 사들였던 신흥국들이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금이나 다른 통화 표시 채권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미 국채 발행액 중 절반 가량은 해외 투자자들이 매입해왔다.

만약 이들의 보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달러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줄어 대규모 매도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SCM어드바이저의 밥 비숍 매니저는 "은행과 국부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은 미 국채의 부도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CDS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자들은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보고 국채에서 회사채로 옮겨 타고 있으며 CDS 프리미엄은 이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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