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유예, 노사 모두 '미봉책' 반발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9.06.08 18:18
한나라당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비정규직법 개정안과 관련, 현행 '사용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유지하되 이에 대한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연장'은 사실상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8일 노동부와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비정규직 보호법)을 유예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안을 정식 당론으로 채택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경우 기업들이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시기가 오는 2009년 7월이 아닌 2~4년 뒤로 미뤄지게 된다.

당장 사용기간 2년 제한에 묶여 비정규직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를 막되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센 4년 연장안에는 동의하지 않는 타협안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법 시행의 유예 기간은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결정키로 했다.

노동부는 지난 2월 국회 때부터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비정규직법 시행 기간이 만 2년이 되는 오는 7월이면 사용기간이 2년이 되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대량 해고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노동계와 야당이 강력 반발한 것은 물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표류돼왔다.

노동부는 한나라당이 법 시행을 유예키로 결정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했던 재계도 한나라당 결정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시행시기 유예는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라며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은 폐지돼야 하지만 시급한 상황을 감안할 때 차선책인 4년 연장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법 적용 유예는 해결책이 아니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노동계는 한나라당의 유예안이나 노동부의 4년 기한 연장안이나 비정규직 고용 불안을 초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현행법을 유예할 경우 유예기간이 끝나면 비정규직은 다시 해고냐 정규직전환이냐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주기적으로 사회갈등만 일으킬 뿐 사용기한 제한을 유예하는 방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다음달에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우려된다면 당초 비정규직 입법 취지에 맞게 정규직 전환을 독려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내놓는게 맞다"며 "출산, 질병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제한' 제도가 근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도 "비정규직 고용불안의 1차적 책임은 4년 연장 가능성을 제시해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정부에 있다"며 "진정으로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원한다면 정규직 전환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법 시행 유예안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6월 국회 개원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환경노동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537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3.4%를 차지한다. 노동부는 이중 사용기간 2년이 넘은 비정규직은 그간 노동부의 주장인 100만명 보다 줄어든 약 70만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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