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작 달러 매입 속도 높여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6.08 09:37

브릭스 5월 외환보유액 600억달러 늘려…"달러 대체 묘수 없다"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논의를 제기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4개국이 정작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들은 지난 5월에만 모두 6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은 1년래 최대인 28억달러를 늘렸고, 러시아는 170억달러를 확대했다. 중국도 300억달러를, 인도는 106억달러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브릭스 국가들이 미국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달러 보유 외에는 묘안이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브릭스가 금을 제외하고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조8000억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7.8% 증가했다. 이는 전세계 외환보유액의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달러 보유를 줄일 수 없는 악순환에 놓인 상황이다.

다니엘 테넨가우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이머징마켓 채권 투자전략 책임자는 "해외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가 끊임없는 강세(달러 약세)를 나타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러한 환율 움직임은 경제에 큰 부담이 되며 자본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시장의 우려대로 달러 장기 약세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쏟아부은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등 브릭스 국가 통화들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낸 반면 달러지수는 지난달 24년래 최대폭 하락했다.
레알화는 지난달 11.2% 강세를 나타냈고, 루블화는 6.9% 치솟았다. 루피화도 6.4% 상승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2005년 7월 고정환율이 폐지된 이후 21% 상승했다.

이에 비해 달러지수는 지난달 6.4% 하락했다. 이는 1985년 3월 이후 24년 2개월래 최대 낙폭이다. 달러지수는 3월 고점대비로는 10% 떨어졌다.

이는 전세계 경기침체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를 매각하고 고수익 대체 자산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달러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돼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달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축통화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릭스는 오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총재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존 립스키 IMF 부총재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의 탄생을 위한 혁신적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무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과 헤알을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키로 했다.

엘리나 리바코바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달러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그러나 아무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달러는 전세계 기축통화의 64%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62.8%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비중은 51%(6조3600억달러)로 지난 2000년 30%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중국은 7680억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급격한 달러 약세는 브릭스의 수출을 줄이고 글로벌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미툴 코테차 크레디아그리콜 칼리온 외환투자전략가는 "미국 자산을 급격히 팔아치우면서 달러 비중을 줄이는 것은 자신에게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슬기롭게 점진적으로 달러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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