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의 비전은 세계적 지불결제사"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오수현 기자  | 2009.06.08 09:47

[머투초대석]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취임후 카드발급 대신 결제업무 주력
사상 최대 영업익 비결은 '기업형 조직'
보고펀드 인수 땐 신규사업 탄력 기대

비씨카드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과 비교해 무려 313.6% 급증했다. 비씨카드는 11개 은행을 회원사로 거느린 '협회' 성격의 조직으로, 이전까지는 수익성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장형덕 사장이 취임한 후 '기업'형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사장은 취임 후 회사의 체질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해왔다. 또한 카드업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색깔 있는 행보를 펼쳤다. 그를 만나 비씨카드의 현안과 금융권 상황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다.

―비씨카드 대표이사를 맡으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취임 후 비씨카드의 미래설계도를 그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선 비씨카드의 비전을 '세계 수준의 지불결제 서비스회사'로 정하고, 2013년까지 누적 연평균 성장률(CAGR)을 취임 대비 100% 이상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비씨카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것도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간 비씨카드는 '지불결제 서비스회사'와 '전업카드사'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자체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회원사들의 결제업무를 지원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비씨카드의 첫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이십니다. 지난 1년간 조직 변화를 이끌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업무방식에 관(官) 스타일이 배어 있더군요. 물론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현 상황에 안주하려는 모습도 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세계적 지불결제 서비스회사로 도약'이라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성과달성이 요구되자 처음에는 직원들이 낯설어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직원 대부분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지만 저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비씨카드 지분은 그간 11개 회원사에 고르게 배분돼 있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보고펀드가 50% 이상 지분을 확보한다면 경영권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생기는 셈이어서 서비스 개발이나 신규사업 추진 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책임경영도 강화되겠지요. 또한 단기투자에 의한 매각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자펀드와 달리 토종펀드인 '보고펀드'는 장기적 안목에서 비씨카드의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SK그룹이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빠르면 오는 8월 카드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카드업계는 이번 제휴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카드업은 통신업과 융합하는 추세로 나아갈 겁니다. 플라스틱 형태의 현 신용카드는 사라지고, 통신기능과 결제기능이 결합된 단말기가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와 신용카드사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OK캐쉬백이라는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카드업을 뒷받침할 정보기술(IT) 인프라도 탄탄합니다. 즉 기술력과 고객DB, 현금흐름(CF)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지닌 SK그룹이 카드업에 진출한다면 카드업계 리딩그룹으로 빠르게 도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보사 CEO와 시중은행 부행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경영철학이 있으시다면.

▶상당수 금융회사 경영진이 소위 '패션'(fashion)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독자적인 비전을 세우기보다 업계 트렌드를 좇습니다. 저는 지난 1년3개월간 비씨카드를 이끌며 이를 지양하고 우리 만의 지향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현재 비씨카드의 비전은 세계적 수준의 카드프로세싱 서비스업체로 도약하는 겁니다. 이 목표의식은 경영진이 '패션'(fashion)이 아닌 '패션'(passion)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진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과도하게 타격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영, 영업, 투자, 리스크 관리 등에 관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한 채 '패션'(fashion)을 추구한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일부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보다 남이 하면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많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사 입는 것처럼 말이지요. 파생상품이 높은 수익을 낸다고 하니깐, 다들 주택저당증권(MBS)이나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또 자산 불리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대출을 남발했고, 이는 결국 부실자산의 증가로 이어졌지요. 앞으로 국책 연구기관들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액션플랜(Action Plan)을 만들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비자카드가 한국에만 해외카드 사용 수수료율을 인상하자 비자카드 고위자문위원직에서 사퇴하셨죠.

▶비자카드는 그간 국내 카드사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카드산업 발전에 일조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서 파트너십이 훼손됐습니다. 당시 비자카드가 수수료율 인상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자문위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인으로선 정상적인 대응이었고, 나중에 여러 곳에서 격려도 받았습니다.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하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비씨카드 로고가 찍힌 신용카드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서나 결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게 비씨카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지불결제회사 '퍼스트데이터'와 제휴하고 이달 중 미국 전역에 설치된 자동화기기(CD·ATM)에서 비씨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전산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또 미국내 카드가맹점에서도 비씨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협의 중입니다. 올 3분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어려움은 없습니까.

▶중국에선 이미 '비씨 중국통카드'로 대부분 카드가맹점과 ATM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맹점 확대방안을 놓고 중국 유일의 카드사인 은련카드와 협의 중입니다. 신용카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남아시아에선 결제망 설치사업 진출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해외카드 사용 중 90%가량이 비씨카드가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북미·중국·동남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완료되면 비씨카드는 고객들의 해외결제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게 됩니다.

―비씨카드 회원사 일부가 개별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씨카드의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비씨카드와 회원사들은 협력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으로 세계 수준의 결제서비스를 회원사들에 제공하면 결속력은 더 단단해질 겁니다. 아울러 비씨카드 주주로서 회원사들이 받는 이익을 늘리고 이들의 수익창출과 서비스 개선을 돕는 게 이탈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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