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구조조정 줄다리기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 2009.06.08 08:43

MOU 사인은 했지만, 알짜 계열사 팔자니 아까워

9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이 주채권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에 따라 유휴자산 및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일부 그룹은 MOU 대신 자율협약을 맺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로써 대기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일단락됐으나 은행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표정이다. 앞서 MOU에 서명하지 않은 채 또다른 묘수를 찾으려고 버티던 기업들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고 MOU 체결 후에도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시각 차이도 여전하다.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지만 알짜 계열사를 무리하게 매각하면 그룹 전체의 시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들은 "경제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력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MOU 체결 과정에서 극명히 나타났다. 실무자는 물론 최고위 당사자가 줄다리기를 벌였다.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5월 말로 예정됐던 주채무계열 전체 구조조정 일정도 위협했다.

산은은 금호와 MOU 체결을 지난 5월31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금호 측이 박삼구 회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관련 회의 참석차 제주도에 내려가는 바람에 내부결제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산은은 이달 1일 저녁 MOU에 담길 최종안을 확정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박삼구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려 했으나 두 사람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선 실무자뿐 아니라 두 사령탑의 물밑 줄다리기는 아직도 진행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먼저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 덕분에 채권단과 원만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밑에선 갈등이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은 우리은행의 재무구조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으나 밥캣 인수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우리은행이 두산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결국 이종휘 행장뿐 아니라 산업은행도 함께 나서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채권단은 두산이 올해 초 소주 '처음처럼'으로 대변되는 주류사업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점을 인정, MOU보다 자율협약 형태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해 받아들여졌다는 전언이다.

이런 진통 끝에 나온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시장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당수 그룹이 MOU에 즉각적인 구조조정 대신 시한 연장에 급급했고, 일부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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