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고객 마음 훔친다"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6.08 08:11

마트점포 연중무휴, 문화연계 통장 등 감성 마케팅

불황에는 '감성'이 뜬다. 금융권에서도 '감성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점한 하나은행 강동점.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대형 할인마트 안에 문을 열면서 주목받았다. 영업점 디자인은 물론 개점시간까지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운영되자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점포는 입구부터 눈길을 끈다. 출입문이 없다. 카트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을 위해 문턱을 없앤 것이다. 영업점에는 카트를 보관하는 장소도 별도로 마련됐다.

마감재부터 상담원의 자리배치 등 디자인도 바꿨다.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상담창구를 부스처럼 만들고 대기석은 소파로 꾸몄다. 자리배치도 기존 일자형에서 둥글게 변형했다.

영업시간이 '연중무휴'인 점도 일종의 파격이다. 주말에도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영업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저녁 8시로 정했다. 장을 보러 와서 은행 업무도 함께 볼 수 있게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홈플러스 안에 개점한 하나은행 병점점.


평일에는 학교수업 때문에 은행에 갈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힘들던 교사 김모씨는 일요일 저녁 홈플러스 강동점을 찾았다가 하나은행이 영업 중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휴가를 낼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날 바로 대출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개념 지점은 하나은행이 추진하는 새로운 SI(Store Identity)와도 맞물려 있다. 단순히 사무를 보는 지점의 개념에서 벗어나 관계 형성의 장소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다. 효율보다 친근함과 감성을 내세워 잠재고객의 수요를 이끌어낸다는 취지도 담겼다.


정조영 하나은행 마케팅기획부 차장은 "개점시간 변경은 마트 이용이 빈번한 가정주부나 평일에는 은행에 올 수 없는 직장인을 고려한 것"이라며 "장을 보면 피로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거나 아동용 도서도 구비했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 병점점과 강동점이 개점했고 8일에는 중계점이 문을 연다. 하나은행은 주말에 은행을 이용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성과를 지켜본 뒤 지점을 확대하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감성마케팅은 상품에도 적용된다. 스포츠나 문화콘텐츠를 상품과 연계하거나 통장디자인을 바꿔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10년 넘게 사용해온 구름디자인을 버리고 통장종류에 따라 새 디자인 15종을 선보였다. 적립식통장은 돈이 쌓이는 이미지를, 목돈을 다루는 거치식은 고급문양으로 꾸몄다.

김연아 선수를 공식 후원하는 국민은행은 '피겨퀸연아사랑적금'을 내놨다. 앞으로 있을 3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면 연 0.5%포인트의 금리를 더 준다. 이 적금은 20영업일 동안 9만5000좌, 하루에 4800좌가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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