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유증 "두 마리 토끼 잡기"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 2009.06.04 16:51

건전성 높이고 M&A 실탄도 마련

금융지주회사들이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3월말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조만간 KB금융지주가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건전성 확보와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은행 위주의 건전성 관리에 치중한 탓에 지주사들의 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놓여있다. 채권을 찍어 은행에 자본을 넣는 종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 얘기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금융주 가격이 상승세라 증자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주가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는 탓에 일부 지주사는 선뜻 움직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종잣돈' 늘리는 이유=KB금융지주는 지난 3일 "자본확충과 관련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가 남아있지만 , 규모는 2조원, 할인율은 20%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 3월 25일 국내 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실시, 1조2764억원을 확보했다. 그 결과 자본금은 19조2235억원으로 불었다.

금융지주가 잇따라 증자에 나서는 것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자회사인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주사가 채권을 찍어 은행에 자본금을 넣어준 탓이 크다. 실제 신한지주의 부채비율은 40%고, 우리금융지주는 30%다. 부채가 없었던 하나금융지주도 20%나 뛰어올랐다. KB지주는 6%로 가장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 위주로 관리를 하다보니 지주사 건전성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은행 실적이 신통찮아 당분간 자회사의 배당으로 인한 자본 유입도 기대할 수 없다. M&A 실탄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KB지주의 경우 부채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BIS비율은 11.45%, 기본자본(Tier1)비율은 8.28%로 다른 지주사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에 실시되는 유증의 목적은 은행 자본확충 뿐 아니라 경기 회복 이후 매력적인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우리·하나지주도 가세하나=유상증자를 진행하기에 시기도 적절하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현재 어느 정도 회복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단 얘기다. 신한지주처럼 유증을 실시한 뒤 1개월만에 종전 주가대로 돌아온 선례도 있다.

지주사 별로 복잡한 속내는 있다. 할인율이 문제다. 신한지주의 경우 시가보다 25% 낮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부담이 적잖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최대 할인율인 30%에 육박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할인율은 2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가들이 금융지주사의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할인율을 최대 30%까지 적용해야 하고, 유증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지주는 '공적자금 투입'이란 비판을 살 수도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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