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눈에 속다(5)-차라리 눈을 감자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9.06.05 09:35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보다 더 적합한 말이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에 속지 않고 사물과 사건의 실체나 본질을 발견하는 일은 골프에서뿐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혜다. 어렵다.

보지 않으면 생기지도 않을 욕구들이 눈에 들어오면 갖고 싶고, 눈으로 보면 만지고 싶고 쳐다보면 먹고 싶어진다.

세상은 이 같이 욕구를 만들어 내고, 원래 자신에게 없었던 것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태생적인 욕구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본지가 오래된다. 신문을 본지도 오래다. 인터넷으로 관심이 가는 분야의 소식들을 찾아서 보다 보니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광고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 진 것 같고, 유행이나 트렌드로 부터 한 걸음 물러선 듯도 하다.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고 공을 치고, 눈을 감고도 공을 칠 수 있는 위치를 발견하자. 눈감고 공치기는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힘이 들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눈을 감고서 공을 쳐보는 연습은 눈을 감고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지만 눈으로 그 물체를 보고 있으므로 해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공보다는 클럽의 운동에 집중하고 클럽의 운동보다는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몸보다는 날아갈 공의 궤적에 집중하고 공의 궤적보다는 핀이든 홀 컵이든 IP지점이든 최종적인 목표에 집중하자.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놀랍다. 너무나 협소하고 현상적인 목적물일 뿐인 ‘공’ 쪽으로 마음이 가면 갈수록 결과의 편차, 볼의 산포도는 커지기 마련이다.


마치 가까운 곳을 보면서 운전을 하면 차가 비틀거리며 가게 되는 것처럼. 운전 그 자체에 집중하되 시선과 마음을 멀리 둬야 한다. 그래야 흔들림이 없는 샷이 가능하다.

축구에 있어 수비수와 공격수의 싸움은 공을 보는 마음과 몸을 보는 마음 사이의 갈등이다. 공격수는 현란한 몸의 움직임으로 수비수의 눈이 공으로부터 멀어지도록 애를 쓴다.

수비수는 공격수의 몸놀림에 속지 않고 공의 흐름을 쫓느라 여념이 없다. 골프에 있어 공은 축구의 공이 아니다. 오히려 내 눈을 교란시키는 공격수의 몸이다. 그러니 공을 보지 말고, 공 너머의 것들을 보자. 과정에 집중을 하면 결과가 좋을 것을 믿자.

멋진 차가 행복을 가져다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는 것과 스코어가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질러대는 것은 같은 뿌리를 가진 마음이다.

골프를 잘하게 되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과의 관계는 돈을 버는 것과 행복의 상관관계만큼 가까우면서도 아득히 멀다.

골프는 현상적으로 보이는 것과 그 너머의 것, 과정에 몰입하는 것과 결과에 매달리는 것, 가까운 목적물과 아득한 목표, 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대립과 갈등의 드라마다. 눈에 속지 말자.


*[눈에 속다] 시리즈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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