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패키지 매각' 구조조정 새 기법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6.03 14:39

회사 4개 묶어 지분 절반만 매각, 경영권도 유지


- 우선매수권도 부여 추후 지분 되살수도
-'드래그 어롱' 조건은 향후 변수 가능성


▲두산그룹의 패키지형 계열사 매각 모델 구조도
3일 두산그룹이 발표한 계열사 매각과 관련한 구조조정 방안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이다.

4개 회사의 지분을 묶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뒤 지분의 49%만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각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DST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두산이 가진 삼화왕관(사업부문)과 SRS코리아(버거킹, KFC)다. 매각금액은 총 7800억원. 미래에셋 사모투자펀드(PEF)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이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복수의 계열사를 묶어 한꺼번에 팔았다는 점이다. 1개의 계열사만 팔 경우와 달리 위험분산 효과가 커 인수자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매각하는 쪽에서도 개별 기업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 매각 대상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두번째 특징은 지분의 절반만 팔았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기업을 통째로 팔려고 할 경우 인수의향자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절반만 팔면 어느 정도의 유동성 확보 효과는 거두면서도 향후 더 높은 매각차익과 영업현금흐름 등 수익을 거둘 기회는 남겨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계열사 지분의 절반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지분의 절반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바탕으로 향후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등의 전략을 펼 수 있다. 또 우선매수권이 부여돼 있어 향후 여건이 될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는 것도 가능하다.

이상하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 전무는 "사업을 하는 회사와 PEF가 이렇게 '윈윈'하는 방식의 사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향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때 필요할 경우 이 같은 모델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 지분의 절반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이번 거래에서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3년 뒤부터는 두산그룹과 재무적 투자자 양쪽 가운데 한쪽이 매각을 원할 경우 다른 쪽도 의무적으로 매각에 동참해야 한다는 '드래그 어롱'(Drag Along) 조건도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DST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두산그룹이 향후 재인수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가 먼저 다른 곳에 팔기를 원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두산그룹이 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정에 '우선매수권' 조건을 붙인 것은 재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뜻이다.

다만 두산그룹과 재무적 투자자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 이미 충분한 신뢰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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