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사상 첫 정상회담 "弗 흔들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6.03 09:11

16일 러시아서 '기축통화 대체' 등 세계경제 재편 논의

브릭스(BRICs) 정상들이 오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기존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방향을 논의하는 첫 번째 만남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4개국 정상들은 회의에서 △ 달러 기축통화 대체 △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강화 △ 세계무역체제 재편 △ 유엔(UN) 개혁 △ 군축 등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할 예정이다.

특히 브릭스는 이번 회의에서 '기축통화' 논의를 통해 미국 달러화 중심의 경제 질서에 공동 대응하는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정상들은 지난해 8일 일본 G8 총회에 초청돼 한차례 정상회담을 가진바 있지만 독자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러시아 루블화 기축통화 야심 공개=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초국가통화(기축통화)가 미래 금융 시스템의 토대가 될 것이며, 달러의 움직임에 따른 글로벌 금융 취약점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래 국제 금융시스템의 기반을 창조할 수 있는 세계 공통의 지불 수단 같은게 필요하다"면서 "미국 경제 위기로 달러에 대한 시장 인식도 자연스래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지역적 기축통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루블화도 기축통화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도 초국가 통화 논의를 제의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에도 크렘린궁 성명을 통해 "IMF가 새로운 기축통화를 발행해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中 위안화 국제화 야심 시작=중국은 기축통화 논란의 선봉에 서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3월 23일 성명을 통해 "특정 국가의 특정 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 그 국가의 국내 통화 정책상의 필요와 다른 국가의 요구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기축통화를 미국 달러에서 초국가적인 통화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저우 행장의 달러 공격은 위안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올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는 "SDR에 국가별 경제 규모를 반영해 모든 주요 경제국 통화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히며 3대 경제대국 중국의 위상을 새로운 기축통화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은 이후 위안화의 무역결제와 지역 통화스와프를 허용하면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틈타 중국 정부 주도로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 나선 것이다.


중국은 대외원조와 자원외교를 전략적으로 활용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자원부국에 동조세력을 형성해가고 있다.

◇ 브릭스 기축통화 이슈 주도 전망= 다른 브릭스 국가인 인도와 브라질도 기축통화 변경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는 우선 브릭스를 중심으로 이머징 국가들 사이에서 이슈를 만들고 이를 중점 논의 대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외화보유액 1위와 3위인 중국(1조9537억달러)과 러시아(3999억달러)의 연합 공격은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그동안 전세계에서 유례없던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 역시 별다른 어려움없이 극복해내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브릭스 4개국은 전세계 GDP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브릭스의 저력은 이머징 국가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브릭스 주도 기축통화 논란에 근본적으로 찬성 입장을 던졌다. 그는 "기축통화 논란이 필요하다"고 이를 지지했다.

브릭스는 우선 SDR을 기축통화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루블화, 위안화의 지역 기축통화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풍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 역시 러시아와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이 기축통화를 운영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엘리나 리바코바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기축통화는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며 "기축통화는 전세계 경제 및 경기순환과 연계돼야 하는데 브릭스 국가는 아직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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