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억울해하는 국민을 줄이려면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 2009.06.04 12:38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무사히 끝나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다시 등장한 노란 깃발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상중(喪中)에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랑 불씨를 애써 살려내려는 듯 "나라도 그런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도 장례가 끝나자마자 이번 사건을 "정치 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으로 규정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비리 연루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순간부터 성자(聖者)가 되는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있나"라는 개탄의 소리도 있고 모방 자살이 계속 뒤따를까 염려하며 그 무책임성에 대한 비난도 있다. 검찰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동안 진행된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의 하나로서 돌발적 자살로 발생한 이번 사건을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수사로 그 책임을 규명하기 보다는 그보다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일단 이번 사건 역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의 문제로 보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내각책임제 등으로의 개헌을 처방으로 제시하는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원망하지 마라"는 표현은 "억울하지만 원망하지 마라"를 줄인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그를 억울하게 만들었을까? 검찰수사가 자신을 향하여 집요하게 집중되는 것이 억울했고 그 수사 배경의 의문 속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 피의자라는 낙인도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외신이 언급한 대로 저돌적인 승부사인 그가 '부엉이바위'에서 하강함으로써 역으로 그의 명예는 부엉이처럼 다시 날아올랐다. 장의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국민장이 치러진 일주일 동안 봉하마을에만 100만 명이,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까지 합치면 500만 명이 조문을 다녀갔으며 영결식에도 50만 명이 군중이 참가했다고 했다.

수백만의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그의 억울함에 공감하거나 각자의 가슴속 남아있는 억울함의 상처를 공통분모로 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헌법 제1조에는 분명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법원(法院)은 물론 기소편의주의, 기소독점주의 원칙하에 얼마든지 자의적(恣意的) 으로 행사될 수 있는 검찰의 권력이 어떻게 국민과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이 통제하지 않는 권력은 비록 정당하게 행사되어도 그 정당성이 믿기지 않고 억울함을 낳아 결과적으로 국민 후생을 감소시킨다.

만일 미국 뉴욕 등 20여개 주(州)와 같이 검찰총장과 검사를 국민들이 선거로 뽑고 검사는 조용히 수사하여 증거 등 그 결과를 일반 국민으로부터 선정된 대배심(Grand jury)에 제시 그 평결에 따라 구속과 기소여부를 결정한다면 과연 그 피의자인 국민이 억울해 할까? '국민의 알권리의 충족이라는 미명하의 여론재판'이라는 피의사실 공표의 논란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비록 일부 형사소송에서 권고적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되었기는 하지만 크게 한걸음 더 나아가 판사도 국민이 선거로 뽑고, 국민 중 무작위로 지명된 20여명의 예비자들 중에서 다시 당사자들이 협의로 선정한 12명의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사실상의 판결을 내린다면 어떨까? 그 판결은 억울해 할 수 없는 그저 "운명이다."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자마자 판사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퇴정하는 패소 당사자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이야 말로 공권력에 대한 철저한 근원적 불신(不信)을 바탕으로 "국민에 의한" 제도로 개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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