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주식사고 선물팔고.."저가 매수 꼼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6.02 15:57

정반대 현·선물 매매..PR 매물로 현물 싸게 사기 위한 전략 가능성

외국인들이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한 누적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13거래일 연속 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모습이 선물시장에서는 다르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연일 순매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를 기본적으로는 현물(주식) 매수에 대한 헤지 차원일 것으로 해석하면서 현물을 저가에 매수하기 위한 고도의 머리싸움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2일 코스피200지수선물을 4953계약 순매도했다. 사흘째 매도 행진이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선물을 내다 판 것은 지난달 초 이후 근 한달만이다. 3월 동시만기일 이후 유지해 오던 누적 순매수도 지난달 26일 순매도로 돌아서 이날까지 1만4500계약에 이르고 있다.

현물 시장에서 13일째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올 들어 누적 순매수 10조원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선물 전문가들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나타나는 외국인의 상이한 매매 패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헤지용이다.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주가 하락에 대비해 선물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 외국인들은 과거에도 현물을 매수하면서 선물을 매도해 위험을 줄여 놓는 매매 전략을 구사해 왔다. 최근 외국인들이 6-9 스프레드(6월물 선물과 9월물 선물의 가격차)를 매도하면서 6월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9월물로 롤오버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헤지 성격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두번째는 최근 북핵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증시 하락을 겨냥한 베팅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북한의 핵실험 소식 이후 외국인들의 매도 강도가 강해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또다른 분석은 외국인들이 저가에 현물을 사들이기 위한 전술이라는 음모론적 추정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선물 순매도→베이시스 약화→프로그램 차익매도 출회’라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은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도한 최근 사흘간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현물시장을 압박했다.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들 외에 특별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현물을 매수할 경우 주가가 급등할 수 있어 프로그램 매물을 출회시켜 낮은 가격에 현물을 쓸어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프로그램 매물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이 선물 매도에 불구하고 내가격 콜옵션을 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내가격 콜옵션은 사실상 선물을 매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에도 불구하고 지수선물이 계속 상승해 왔기 때문에 선물에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콜옵션 매수로 상쇄시키고 있다는 것.

반면 다른 선물시장 전문가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 동일해야 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의 엇갈린 태도는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외국인이 다르고 각각 노리고 있는 목적 또한 다르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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