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양숙씨가 마귀할멈 같을 때도 있었다"

중앙일보 제공 | 2009.06.02 09:48
결혼정보업체 ‘선우’ 이웅진 대표는 지난 2002년 가을 한 사무실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대선후보 노무현이었다. 이 대표는 노 후보와 일면식도 없었다. 당시 이 대표는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미연방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의 기사를 읽고 인간적인 연민을 느껴 그의 후원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노 후보는 ‘좋은 일에 힘써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 대표를 격려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것도 인연이니 노 후보의 결혼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며칠 뒤 노 후보는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비서를 통해 부부 사진 석 장과 부인 권양숙과의 러브스토리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노무현 후보는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 대통령은 2005년 7월, 로버트 김의 석방과 관련해 힘써준 후원회 지인들을 청와대로 불렀다.

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결혼 사업은 잘 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대통령님 덕분에 잘 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이 대표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었다.

이 대표는 1일 “노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 공개된 아내의 환갑 선물을 주는 사진은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 분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와중 그 분이 주신 글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를 “알면서도 딴청부리는, 딱 제 타입의 여자”라고 회상했다. “늦여름 밤하늘의 은하수는 유난히도 아름다웠고…동화 속 세상에서 아내는 곧 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이야기하곤 했다”고도 떠올렸다. 연애 시절 때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토담집에서 공부할 때 덮고 잘 담요를 집에서 갖고 나와 양숙씨를 만나 둑길을 걸었는데 그 모습을 누가 봤는지 ‘무현이랑 양숙이랑 담요를 갖고 다니며 연애한다’는 소문이 퍼졌었다”고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2년 가까이 커피 값 한푼 안들이고 순전히 맨 입으로 연애를 했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며 “고상한 문학소녀가 나의 주인이 됐다. 결혼 후 양숙씨는 고등학교 때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훈육주임 선생님을 닮았다고나 할까”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덧붙였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런저런 구박(?)을 받다 보면 아내가 마귀할멈처럼 미워지다가도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결혼은 둘이 함께 기와집을 지어가는 과정”이라며 “상대방이 내 입맛대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바꿀 것이 있다면 상대가 아니라 내가 바꿔야한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행복한 결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선후보가 남긴 부인 권양숙과의 결혼 스토리를 선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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