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미달러 과잉과 인플레이션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09.06.03 07:20
글로벌 증시와 같이 움직이던 한국 증시가 5월 중순 이후 디커플링(비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 관련 지표에 영향을 받는 건 여타 증시와 같지만 한국 증시만의 리스크 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의 2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다.

두 사안 모두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쳤지만 비경제적 요인이고 과거 증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충격은 점차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6월 이후 증시에 화두로 떠오를 '경제' 변수는 무엇인가.

글로벌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판단은 이제 '컨센서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회복 흐름은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어 경기회복 효과를 지속시키고 경기부양책의 후유증 여파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 향방이다.

3월 이후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자산의 이탈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기의 장기화보다 진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자산 선호가 재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자산 선호로 유가는 30달러대에서 6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지금까지 유가 반등 수준도 우려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경기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상품가격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경기회복→위험자산 재개’라면 유가 상승은 증시의 부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유가 상승이 경기회복이라는 수요 모멘텀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수요가 아닌 과잉 유동성과 달러 약세에 기반한 유가의 오버슈팅이다.


달러 약세 추이는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위험자산 선호 때문만은 아니다. 금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여전히 안전자산 선호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그대로 입증되면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 처리와 경기부양에 소요되는 미국의 재정부담으로 달러 안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증시 랠리의 원동력이 유동성의 힘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동시에 과잉 유동성이 하반기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양적 완화정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이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때이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경기회복기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약이다. 하지만 과잉 유동성이 경기와 상관없이 유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독이 된다.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가 오르면 하반기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모멘텀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물론 4분기 전후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변수를 미리부터 우려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경기회복기의 유동성 랠리를 즐길 때다. 다만 지금의 랠리를 섣불리 대세 상승이라 단정짓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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