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GM의 시동을 껐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6.01 14:53
- 1960~70년대 세계 30% 점유한 초거대기업
-"日소형차=장난감" 비웃으며 변화 흐름 무시
- 노조 무리한 요구, 정부도 개발 뒷받침 안해


1908년 설립돼 101년 전통을 가진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파산보호신청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GM의 파산보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GM은 1906년 설립된 포드, 1924년 설립된 크라이슬러와 더불어 '빅3'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GM은 미국인의 자랑이었고, GM의 이익은 곧 미국의 국익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국가에 좋은 것은 GM에 좋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 GM의 대표적인 머슬카 '카마로'
1950년대 GM의 위용은 대단했다. GM 혼자서만 미국 시장 점유율 54%를 차지했고, 1960~70년대 전성기를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했다.

GM은 1979년에는 미국내 근로자 수가 62만명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단일 기업이었고, 전세계 고용 근로자 수도 8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GM은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타지 못하고 1980년대부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란 속담처럼 그래도 GM은 여전히 전세계 1위 기업이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GM이 파산보호까지 내몰릴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요인이 GM을 파산보호로 내몰았을까.

GM의 몰락에는 무엇보다 전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라는 자만과 오만이 크게 작용했다.

GM은 오만으로 똘똘 뭉쳐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연료효율적인 자동차 개발을 무시하고 기름을 물쓰듯 쓰는 대형차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1980년대 일본 자동차들의 질주를 "누가 저런 장난감같은 작은 차를 타고 다니냐"고 비웃음치며 조롱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아메리칸 머슬카가 전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에 머물러있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 디트로이트 GM 본사 전경
거만한 노조도 일조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사세가 기울어가고 있음에도 세계 일류 기업에 걸맞는 임금, 복지, 건강보험 등 무리한 요구들을 계속 사측에 요구했고, 이는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의 역할도 자동차 산업 몰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1970년대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기름을 적게 쓰는 연료 효율적인 자동차 개발로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연료 효율적 기술 개발을 독려하지는 못할 망정 휘발유가격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대형차 생산을 뒷받침했다. 미국인들의 연료 과소비라는 그릇된 습관도 자동차 업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주범중 하나다.

미국이 1위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연료 효율적이고 더욱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자동차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세계 자동차 소비자들의 취향도 기름을 물쓰듯 먹는 미국차보다 연료 효율적이고 저렴하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일본, 유럽차로 빠르게 옮겨갔다.

결국 이는 GM, 미국 빅3의 쇠락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90달러까지 치솟았던 GM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75센트로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1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80만명을 넘던 GM의 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24만3000명으로 급감했다. GM은 지난해에만 3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GM은 파산보호신청과 함께 '다우지수 30종목'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을 전망이다.

결국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GM은 정부로부터 194억 달러를 지원받았고, 파산보호 없이 독자 생존하기 힘든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크라이슬러에 이은 '빅3' 중 2번째라는 치욕을 받았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독자 생존에 성공한 포드는 나름대로 소형차 개발 기술을 습득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며 통해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포드는 파산보호신청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없이 생존하기 역시나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의 상징이었던 GM의 몰락이 미국 자본주의의 추락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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