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10개찾아..亞 100위대학으로"

대담=채원배 전국사회부장, 정리=최중혁, 사진=이명근 기자  | 2009.06.04 14:06

[머투초대석]이현청 상명대 총장 "2015년 아시아 100위권 진입"

"다른 대학들이 따라오지 못할 블루오션 10곳을 찾았습니다."

지난 4월 취임 1주년을 맞은 이현청 상명대 총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까지 아시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세계 100위권 진입을 선언한 대학이 한 두 곳이 아닌 상황에서 이 총장의 목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의 무게만 놓고 보면 그리 가볍지 않다.

많은 대학들이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는 목표를 애드벌룬처럼 띄워놓고 쳐다보고만 있는 반면, 상명대는 목표로 다가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매우 구체적이고 확신에 차 있다. 이는 이 총장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이 총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을 8년이나 맡았다. 대학과 관련된 것에는 사통팔달 막힘이 없다.

교육철학이 전공인 이 총장은 대교협에 몸담으면서 대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거듭했고, 지난해 자신만의 대학경영 복안을 실천할 대상으로 상명대를 선택했다. 그를 만나 기존 서열을 파괴할 수 있는 비법을 들어봤다.

-지난해 총장에 취임하시면서 제2의 창학을 언급하셨는데 진행상황 등이 궁금합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 'SMART 2015'라는 장기발전계획이 마련돼 있었고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상명대가 올해로 개교 72주년인데 경희대, 한양대 등 주요 사학들보다 역사가 깊습니다. 이런 긴 연혁을 가진 대학에 역동적으로 변하는 대학환경, 수요자의 교육욕구, 세계적인 경쟁력 등을 접목해 시대를 읽는 대학으로 전환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년간의 노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시스템을 바꿨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대학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이는 대학으로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시스템 속에 사람의 창의력과 협력체계, 효율성과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려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거의 완성됐다고 봅니다.

-기업 CEO들도 시스템 변화를 많이 주문하지만 직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교육은 특히 보수적인 분야여서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시스템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얼개뿐만 아니라 내용, 컨텐츠까지 바꾸는 것입니다. 대학은 산업체와 달라서 다양성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 교수, 직원 3원 체제여서 변화가 더딥니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합의가 필요한데 견해도 다르고 속도나 범위, 수용하는 태도도 다르니 변화가 어려울 수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난 1년 동안 상명대는 그리 시끄럽지 않게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 글로벌화, 유비쿼터스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유토피아적 관점, 디스토피아적 관점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유비쿼터스의 진화에 따라 후자 쪽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40년 후에는 대학이 없어질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미래의 대학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봅니다. 저는 특강할 때 늘 '3무(無)대학'이란 용어를 씁니다. 캠퍼스가 필요 없는 대학, 책이 필요 없는 도서관, 교수가 필요 없는 강의실이 그것입니다. 이 3가지가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에는 대학이 교육과 연구, 봉사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기능도 이제는 대기업이 더 잘합니다. 실험과 연구도 더 잘합니다. 삼성에서 박사학위 소지자만 3000명이 넘습니다. 대기업들이 대학에 있는 인재 못지않게 우수한 인력과 많은 재력을 투입해서 최첨단의 실험실습 기자재를 갖고 연구합니다. 그러니까 영역이 모호해지는 것이죠.

-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상명대만의 블루오션은 찾으셨습니까.

▶블루오션은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어야 합니다. 남이 안하는 것이어야 하죠. 크게 3가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역발상, 글로벌, 융복합입니다. 올 2학기부터 서울, 천안 양쪽 캠퍼스에서 각 5개 영역이 진정한 블루오션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브랜드로 타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언론에 처음으로 과감히 말씀드리는데 2015년까지 아시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갈 겁니다. 예를 들어 저탄소 녹색은 세계적인 컨셉입니다. 21세기 화두니까요. 감성과 관련된 영역도 있습니다.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준비는 다 돼 있습니다.

-대교협 사무총장을 8년 동안 역임하는 등 대학 행정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계십니다. 지금도 대교협에서 대학평가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요, 우리나라 대학행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 행정 쪽으로 전문가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천편일률적으로, 백화점식으로 복제하는 대학행정에서도 탈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행정이라는 용어보다 전략적 경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대학행정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이 돼야 합니다. 그 동안 효율적인 대학보다는 좋은 대학 개념으로 접근이 많았는데 그런 게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학력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팽배합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 양극화도 심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대학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미 저는 7~8년 전에 퇴출제까지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인구나 여러 가지 면에 비춰볼 때 대학 수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수요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고 내실 있는 교육만 이뤄진다면야 탓할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학생충원이 어렵고 내실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는 대학이 늘어나면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보다 잘못된 학력 인플레, 학위남발, 학위 공장 같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조금 정리가 돼야 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봅니다.

구조조정에는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논리로서 수요자 선택으로 해결하는 방향이고, 또 하나는 정부 차원에서 장학적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입니다. 저는 전자 쪽으로는 무리가 따르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학적 구조조정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방안입니다. 간섭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간섭해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저는 정부가 간섭할 것은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특화가 중요합니다. 중국은 90년대 초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는데 21세기에 100개 대학을 세계대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가 지금은 36개 대학만 육성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36개 중에 7개 대학은 이미 세계적인 대학입니다. 최근 중국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는데 그 이유도 중국 내 대학 구조조정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할 일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 최근에 중국을 다녀오셨고, 해외로 많이 뛰어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취임 이후 국내외 협약을 많이 체결했는데 세어 보니 39개였습니다. 최근에도 5개 중국 대학들과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 협약이라고 하면 학술교류, 인적교류가 주요 내용이지만 저희는 복수학위제 실시 등 진정한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학생들이 중국 교사 자격증을 받고 중국 학생들은 우리 교사 자격증을 받는 교차 교생실습 같은 것은 블루오션의 한 영역으로 봅니다.

국내협약의 경우 산학교육을 위해 주로 맺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이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강하려는 취지입니다. 인턴십, 산학협력,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교과과정까지 같이 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1000개 기업과의 인턴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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