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노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은 어떻게?

심재현 기자 | 2009.05.31 17:29

6월 국회 '서거정국' 후폭풍 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났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정치권이 앞서 담아나가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드러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조문기간 동안 숨죽였던 '서거 정국'의 후폭풍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분위기다. 6월 임시국회의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31일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인 반성과 성찰,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쇄신, 법무장관·검찰총장·대검중앙수사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또 '박연차 게이트' 수사진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고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 법안을 관철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권에 요구한 이 문제들은 꼭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임시국회 일정과 연계할지에 대해선 "국회를 통해 따질 것은 따지고 밝힐 것은 밝히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에서 다루겠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갈 순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신의 계승 작업과 추모사업을 펼쳐 나가겠다"며 "고인이 평생을 던져 노력해온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 국가균형발전, 남북평화번영의 과제를 민주당이 껴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서거 정국'의 여파가 부담스러운 한나라당도 "고인의 뜻을 한국 정치에 어떻게 담아낼지 깊이 고민하겠다"(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며 몸을 낮췄다. 야당이 제기한 '서거 책임론'이 여론과 맞물려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지난해 '촛불 정국'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모든 것은 국회에서 토론하고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안상수 원내대표)며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한 '원칙론'을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달 8일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의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 등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국회를 열게 되면 여야가 토론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은 건의하면 된다"며 '선 개회 후 논의론'을 폈다. 또 "청와대에도 이 대통령과 3당 교섭단체의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들과 환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미디어 관련법 등을 쟁점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상임위원회에서 토론해 처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며 "미디어 관련법은 3당 원내대표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한 것이니 존중해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정세균 대표의 요구사항은 여야가 대화의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하는 것"이라며 "6월 국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선 개각 등 선제적 수습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친 이명박) 의원은 "민심이 어디로 흐르는지 봐야겠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쇄신 내용을 우리가 먼저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장이 장기 공석 중인 데다 검찰총장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퇴진할 개연성을 배제할 순 없어 개각과 청와대 개편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으로 미뤘던 쇄신특별위원회 활동을 재개하고 사무총장 인선 등 당직 개편을 단행해 당내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공세에 즉각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국회를 열어 미디어 관련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4일에는 이를 위한 의원 연찬회를 열 예정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원내대표는 1일 상견례를 겸해 6월 국회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동력으로 미디어관련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 처리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여 6월 국회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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