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부터 안치까지…눈물의 22시간

서울=송선옥 기자, 수원=오상헌 기자, 봉하(김해)=심재현 기자 | 2009.05.30 02:39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여정

30일 새벽 1시30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전날 새벽 6시 발인을 마치고 서울로 떠난 지 20시간여 만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한 줌의 재로 유골함에 담긴 채 아들의 손에 들려와 2시간 뒤 봉화산 정토원에 안치됐다.

전날 여명이 밝아온 새벽 5시 노 전 대통령의 관을 태극기로 감싸며 발인은 시작됐다. 유족 측은 평소 소탈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성품을 기려 일반인이 쓰는 평범한 관을 준비했다.

운구가 차량에 실리자 상주인 장남 건호씨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마지막 술잔을 올리고 2차례 절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전은 고향을 나서기 전 사저에 들러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새벽 6시 운구행렬이 봉하마을을 나서자 추모객들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렸다. 운구차량 위로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복궁에서 유족들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300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열렸다.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위원장은 한승수 위원장에 이어 조사를 읊으며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입술을 깨물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던 권 여사는 헌화를 마치고 위로하러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먼저 눈물을 보이자 더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추모영상 속의 노 전 대통령은 "(나 보고) '바보' 하는 그게 그냥 좋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 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헌화하는 순간엔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사죄하라"고 고함을 질러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정오를 조금 넘겨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세종로를 지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노제에서 시민들과 다시 만났다.

세종로에서 서울역까지 노란 손수건 물결을 이룬 수십만 인파는 노 전 대통령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부른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아쉬워하는 추도 인파 속에서 운구차량은 예정시간보다 3시간 넘게 서울 시내에 잡혀 있어야 했다.

저녁 6시10분쯤 운구차량은 경기 수원 연화장 승화원에 도착, 유족들의 제례와 분향을 거쳐 화장됐다. 권 여사는 36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남편이 재가 되는 순간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승화원 밖 추모객들도 "가지말라"고 외치며 함께 울었다.

2시간15분의 화장 절차를 마친 유골은 가로 35cm, 세로 25cm, 높이 20cm 크기의 향나무 분골함에 담겨 봉하마을로 돌아와 정토원에 임시 안치됐다.

이날 정토원에는 노사모와 마을주민 등이 입구와 법당인 수광전으로 오르는 계단에 노란색 카펫을 깔고 1만여 개의 촛불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은 오는 7월10일 49재 때 사저 근처 장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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