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과잉 논란 전문가 5인 진단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09.06.03 09:27

[머니위크]너무 많이 풀려버린 돈, 덧나면 어쩌나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는데 그 돈이 성을 내면 어쩌나?

단기부동하는 시중유동자금은 8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의 힘에 떠밀려 주가가 많이 치솟았으니 그 부작용이 겁이 날 만도 하다. 이른바 '유동성 장세'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들 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시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반적인 의견은 아직 유동성 과잉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쪽이다. 그렇지만 하반기부터는 유동성 과잉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 여부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유명 투자전략가 5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다. 현재 유동성은 금융자산에만 머물러있을 뿐, 아직 실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 국채나 영국 국채 등에 대한 선호현상이 약화되고 있는데, 이것이 본격화되면 시중자금은 금이나 원자재로 흘러가서 물가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가상승 부담이 시작될 것이고, 유동성 장세도 서서히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세계 기업들이 구조조정 중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완료할 때까지는 유동성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완료된 이후에는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오는 2분기까지는 저금리 효과나 정부의 지원책, 감세나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정책이 살아있기 때문에 투자심리는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라고 본다. 그 이후(하반기)가 되면 경기부양의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지금은 실물경제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과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유동성이 실물자산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하반기에 달러약세가 본격화될 때 금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나오게 된다면 올 연말쯤 유동성 회수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정부는 유동성 공급이 금융자산에서 산업자본으로 옮겨올 수 있는 메카니즘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구체적인 유동성 회수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

유동성만이 아닌 실물경기가 구체적으로 살아나 주어야 주가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2분기까지는 주식시장이 횡보 내지는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다. 3분기 이후는 실물경기 회복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

지금은 유동성 장세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을 잘 살펴보면 지금 돈이 들어오는 주체는 외국인, 즉 글로벌 매수자금이다. 개인들의 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 경기회복 여부를 단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 논란은 계속 이슈화될 수밖에 없다. 논란은 하반기 정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실질적인 유동성 흡수는 내년 상반기 정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초기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했다가 정상화되는 과정은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회복 시그널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동성 과잉 논란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유동성 과잉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 시중유동성은 실물로 옮겨지지 않고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어서 정부가 유동성 흡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지금 우리 경제는 양극화가 심화돼 있다. 유동성은 아직 아래까지 골고루 돌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등 일부 금융자산에만 유동성이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윗목을 통제하면 아랫목 경제는 더욱 나빠지는 파급효과가 있다. 경제당국도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투기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쉽게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이 건전하게 시중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경제상황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시기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상승 압력은 현실화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체력은 막 중환자실에서 나와 미음을 먹고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조금만 체온이 떨어지거나 맥박이 빨라지면 다시 위기상황에 닥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물가만 오른다는 것은 경제에 부정적인 여건이다. 일단 주식시장은 당분간 조정을 거치면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다. 증시에서 방향성을 결정짓는 것은 3분기부터일 것으로 예상되며, 위냐 아래냐는 현실적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수요가 뒷받침되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이미 시중에 돈은 많이 풀린 상태다. 더 이상 많이 쏟아 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양상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은행의 연간 중소기업의 대출 순증 목표를 원래 계획인 50조원에서 37조원으로, 그리고 다시 32조원으로 낮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주식시장에서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증자는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잉 유동성에 우려감은 경기 회복 강도를 약화시키고 주식매수 심리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유동성으로 주가가 올라왔을 때를 분석해 보면 저점 대비 평균 35%가량 올랐다. 가장 많이 올랐던 예가 61%정도였다. 지금은 저점 대비 40%가량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평균 이상으로 도달해있다. 이 정도면 유동성 효과는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돈이 풀리는 속도가 둔화되면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장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