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사기,별짓 다하네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09.06.04 09:04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사기경보/③가장납입,허위공시,시세조종

편집자주 | 세상이 변한 만큼 '사기'도 변했다. 수법은 상상력이 부족할 정도로 교묘해졌다. 공간은 자유자재로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이렇게 살벌ㆍ씁쓸한 시대에는 사기 당하지는 않는 것도 재테크다. 정신 바짝 차려야 자기 돈과 신용을 지킬 수 있다. 날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발전하는 사기의 세계와 그 대응 요령을 공개한다.

최근 상장 폐지된 코스닥 K업체 주주들은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회사 경영진과 관련 세력들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내용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았는데,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워 시세 차익을 챙기고, 증자대금으로는 경영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엉뚱한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납입을 한 뒤, 다단계로 주가조작을 지휘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주장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K기업은 가장 납입을 통한 유상증자, 허위공시, 시세조정, 다단계식 주가부양까지 전형적인 코스닥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규모가 거래소에 비해 작기 때문에, 사채 등 일부 돈을 끌어들여 주가를 조작한 뒤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지는 사기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실적이 좋지 않으면서 어떤 사업을 벌이는지 그 내용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 등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코스닥에 투자할 때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비상식적인 유상증자…조심 또 조심

코스닥 기업들이 경영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갑작스럽거나 비상식적이라 판단되는 유상증자나 잦은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은 조심해야 한다. 이는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발행 목적 자체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업 G사는 최근 경영진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주주들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주요 주주들은 G사가 유상증자금의 정확한 사용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신규사업에 투자한다고 했던 증자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사업과 큰 상관없는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회사 정상화에 힘을 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보이는 기업이 유상증자에 성공하는 경우 대부분 사채를 이용한 경우가 많고, 이면계약 형식으로 진행돼 결국 작전을 위한 자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오를지 몰라도 거품이 빠지면서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장 폐지된 기업 수는 전체 코스닥시장의 5%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이 최근 2년간 자금조달을 한 건수는 전체의 19.5%에 달한다. 이들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과도하게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고 자금을 대여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진과 대주주 왜 자꾸 바뀌나?

코스닥 기업 N사는 최근 최대주주가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지분을 매각하자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N사가 오랜 적자로 경영난을 겪자 지분을 처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지분이 취약한 코스닥 기업들은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자주 바뀌곤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대주주나 주요 내부자 임원들이 주식을 계속 팔거나 자주 바뀌는 등 전체적으로 지분구조가 취약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경우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71개 상장사 중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관련 기업을 제외한 64개사의 비재무적인 특징을 분석했는데, 이들 중 44개사(69%)가 최근 1년 동안 최대주주가 1회 이상, 19개사(30%)는 2회 이상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일수록 퇴출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또 내부 통제가 잘 안 돼 횡령이나 배임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 대상이 되거나 여기에 임직원이 연루되는 기업들도 퇴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본업은 놔두고 갑자기 테마주 변신

코스닥시장에서 풍력이나 태양전지, LED와 같은 녹색 테마주나 자전거 관련주,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바이오주 등이 뜨기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본업과 상관없는 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공시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신규 사업진출 및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경설비 업체인 K기업은 최근 미국의 모 기업을 인수해 바이오산업에 진출한다는 공시를 냈다. 이 공시가 나오자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의류업체인 T기업도 바이오 관련기업의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가 한달 동안 4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바이오주가 증시 테마주로 부상하자 나온 현상이었다. 이들 기업 외에도 본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바이오산업에 진출한다는 공시가 상당수 쏟아졌다.

조재훈 부장은 “어느 날 갑자기 본업과 거리가 먼 바이오 등 신규사업에 진출할 때는 일단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경영보다는 주가 띄우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할 재료는 될 수 있겠지만 이후 폭락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실과 괴리 큰 장밋빛 공시 경계해야

회사실적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 현실과 괴리가 큰 장밋빛 뉴스가 계속 나올 때도 조심해야 한다. 장밋빛 뉴스는 보통 미래형으로 나오기 때문에 현재와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초에 허황된 꿈에 부풀어놓게 해놓고 연말에 와서 '핑계'를 대면서 꼬리를 내리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최근 J기업은 자사의 녹색 관련 사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도 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후 적자전환 실적 공시를 내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투자자들은 호재성 공시로 먼저 주가를 띄워놓은 뒤 적자전환 공시를 했다고 분개했다.

실제로 어떤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적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회사 측이 내놓은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는 것은 위험하다. 이것을 주가 급등 재료로 생각해서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후폭풍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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