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후순위債, 얻은 것과 잃은 것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5.29 16:01

외화유동성 우려 자극.."챙긴 실리 더 크다"

이 기사는 05월28일(11:2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문제가 사실상 해소됐다. 우리은행은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피함으로써 4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는 실리를 챙겼다. 기존의 후순위채에 대한 콜(조기상환)옵션 미행사 결정으로 극에 달했던 투자자들의 불만은 추가 금리 제공이라는 당근으로 누그러뜨렸다.

외화유동성 우려를 더욱 키웠다는 비난을 뒤집어쓰기도 했던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문제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외화 유동성 우려 '자극' Vs "투기꾼들의 '흔들기'였을 뿐"

지난 2월 초 우리은행은 2014년 3월 만기 외화 후순위채의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국내 은행중 최초였다. 외화를 차입하기 쉽지 않았고 또 저금리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5년 콜옵션 행사가 통례가 돼 있던 국제적인 '룰'과 '신뢰'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한국물 던지기가 시작됐다. 일부 한국물은 유통금리가 10%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항의 표시는 한국물이라는 채권에만 제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주요 외신을 포함한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국내 시중은행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외화 유동성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주요 위험 지표인 환율과 CDS 프리미엄은 솟구쳤다.

하지만 우리은행 후순위채 콜 미행사에 대한 판단과 그 영향이 다소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시쳇말로 '흔들면 먹을 게 나오는' 한국 시장 때리기의 전형이었다는 것이다.

싱가폴 소재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 콜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2월 이전부터 나왔던 것이고 또 차입시장 여건상 그렇게 하더라도 크게 무리 없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이전에 스페인의 사바델은행과 독일의 도이체방크도 이미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좋은 한국 시장 흔들기를 좋아한다"며 "우리은행 콜옵션 미행사 역시 한국 흔들기의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일하게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은 도이체방크와 사바델은행, 미즈호은행에 대한 외신 및 투자자들의 반응은 우리은행만큼 비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이 관계자의 설명을 뒷받침해준다.

"챙긴 실리 크다"

어찌됐든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는 있었다. 그래서 꺼낸 안이 스텝업 금리에 100bp를 더 얹어 새 채권으로 교환해 주는 방법이었다. 이 조건에 투자자간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스텝업 금리만을 적용해도 무방하지만 그보다 좀 더 높은 금리를 줬다 해도 우리은행은 실리적으로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일단 4억달러를 상환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신규로 4억달러를 조달했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외화 운용에 큰 보탬이 된 것.

게다가 새로 발행한 채권이 후순위채권이고 또 만기가 5년 9개월이라는 점은 우리은행에게 최선이다. 후순위채 발행 이유가 자본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인데 잔여 만기보다 9개월을 더 늘리면서 자본금 100% 인정비율 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잔여 만기가 5년 미만일 경우 매해 20%씩 자본 인정 비율이 줄어든다.

스텝업에 100bp를 얹은 '리보+460~470bp' 수준도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선순위채권으로 발행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 금리로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후순위채권의 발행 가산금리는 선순위채권의 두 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 조건이 좋았다는 것에 반박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선순위채권을 발행한다 하더라도 리보에 500bp 이상 얹어줘야 하는데 후순위채권을 이 정도 금리로 발행한 것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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