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 전 마지막 하루 봉하마을 표정은..

봉하(김해)=김지민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09.05.28 18:00

[노 전 대통령 서거 엿새째 봉하마을 스케치]

지난 23일 세상에 이별을 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어느덧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봉하마을에는 서거 소식이 알려진지 엿새가 지난 오늘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빈소를 떠나 묘지로 향하는 마지막 하루를 함께하고 있다.

이른 아침 7시쯤부터 봉하마을로 들어서는 어귀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만장과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전날인 27일까지 80만명에 육박했던 조문객 수를 감안할 때 28일 오전까지 추모객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아침부터 영전 앞에 헌화할 국화를 조달하는 차들과 생수와 식재료 등을 옮기는 차량이 뒤엉키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분향도 지금까지 한번에 60~70명 단위로 해왔지만 조문객이 급격하게 몰려든 전날 아침부터 이날 아침 9시까지는 100~120명 단위로 분향을 해야 할 정도였다.

수원에서 조문을 왔다는 전영이(47)씨는 전날부터 밤을 새며 일을 도왔다. 그는 "어제 아침부터 오늘 새벽 5시까지 국화를 다듬었는데 국화 조달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다"며 "소리 없이 국화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오 쯤 체감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더위가 찾아왔지만 조문객들은 양산과 모자, 종이모자 등으로 햇빛을 가리며 경건히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현구(64)씨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전 앞에 트럼펫으로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추모곡'을 바쳤다. 그는 "생전에 남북 화해를 위해 헌신했던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혼을 넣어서 만든 곡"이라고 했다. 3분가량 추모곡이 울려 퍼지자 주위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이날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을 마친 후 이들은 문재인 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과 만나 애도의 뜻을 표했다.

마을 노사모 회관 옆 담에 '백태백'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대통령님의 고통의 순간을 감히 헤어려본 한 국민의 생각'이라며 써 붙인 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백태백'은 '난 돈보다 지지자들의 따뜻한 눈빛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 나만 보며 열광하는 따뜻한 그들의 가슴을 먹고 살았다. 돈이 탐날 이유가 없다. 돈 벌려고 했으면 변호사를 계속했지 정치판에 왜 왔겠느냐'며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을 헤아리듯 말했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려고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했고 부족한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문하러 온 한영혜(53)씨는 "이 글을 읽으니까 더욱 눈물이 나고 바위에서 뛰어내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동안 눈시울을 훔쳤다. 한씨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직전 심경을 대변하기라도 한 듯한 문장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날자. 한번 날아보자. 부엉이 되어 날아보자. 처음 하는 날개짓 서툴겠지만 내가 누구냐 노무현 아니냐. 한번 부딪혀보자. 되도록 세게. 아프게. 부딪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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