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오피스빌딩 거래 활발···왜?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9.05.28 06:35

전문가가 보는 빌딩가격 지탱 4가지 이유


국내 오피스빌딩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빌딩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일부 대형 매물에는 5~6곳의 입찰자가 참여해 과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 침체에 허덕이는 외국 오피스빌딩 시장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거품이 적은 점 △기업들의 IMF 학습효과 △금융기관 대출재개 △매물 부족 등이 오피스빌딩 가격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호주계 맥쿼리는 최근 충무로 소재 극동빌딩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매각가 3000억~3100억원에 막판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딩은 지난해 이후 3차례나 매각에 실패했으나 최근 매각을 재개한 결과 매수희망업체가 6곳이나 등장했다. 한 때 4000억원을 호가했던 이 빌딩은 작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8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000억원선으로 회복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키움증권이 DBRE여의도빌딩을 786억원에 매수했고, 비트컴퓨터는 서초동 비트컴퓨터빌딩을 유동화전문회사한테서 매입했다. YTN은 코크렙한테서 YTN타워를 1649억원에 인수했다. 빌딩 매물을 놓고 유동성이 풍부한 개인과 국내기업, 기관투자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처럼 빌딩값이 작년말 저점 대비 5~10% 회복하고, 매물도 제때 거래되면서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오피스임대료가 급락하고 거래가 침체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당장 외국계 투자자만 해도 글로벌 경제의 큰 틀에서 국내 시장을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 조선업 기업구정의 악재가 국내 오피스시장엔 통하지 않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격 지지 요인이 가격 하락요인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현 시장을 진단했다.


우선 서울 오피스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거품이 없는 점이 호재로 꼽힌다. 미래에셋맵스에 따르면 2004~2008년 오피스가격은 도쿄와 홍콩이 각각 240%, 200% 상승한 데 비해 서울은 63% 오르는 데 그쳤다.

세빌스 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 임대료가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크게 올랐다가 최근 시장이 안정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서울은 그동안 큰폭 상승이 없었기 때문에 임대료와 가격 조정 압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매물이 많지 않은 것도 가격 지탱 요인이다. 미래에셋맵스의 박점희 상무는 "은행권의 경매처분용 빌딩이 다른 아시아 지역은 넘쳐나는 데 비해 한국은 많지 않다"면서 "이는 국내 담보대출 비중이 50% 정도로, 다른 아시아국가(80%)보다 낮은 덕에 빌딩 소유주들이 원금과 이자를 낼 여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도심 빌딩 개발사업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신규 공급물량이 감소한 점도 매물 부족을 부채질한다.

기업이 보유부동산 매각을 기피하는 이른바 'IMF 학습효과'도 무시 못하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IMF때 부동산을 싸게 매도했다가 3~4년 가격 상승기 이후 비싸게 다시 산 경험이 있어 매물을 쉽게 내놓으려 안한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한화는 한화장교빌딩을 3.3㎡당 782만원에 매각했다가 2배 이상인 1556만원에 되샀으며, 대우증권은 대우증권빌딩을 3.3㎡당 407만원에 매각했다가 1548만원에 재매입한 사례가 있다.

대출규제가 풀리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점도 가격 하락을 막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최근 상업용 빌딩 담보대출을 재개했다. 때문에 매수자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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