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지각변동 조짐에 초긴장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05.27 16:50

SKT+하나은행, 보고펀드 비씨카드 인수 등 '윤곽'

카드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이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이 하나은행과 손잡고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려는 복안을 밝힌 데 이어, 보고펀드는 비씨카드 인수를 가시화했다. KB금융, 농협 등도 카드사업 분사를 확정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고펀드, 비씨카드 인수 추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은행들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보고펀드는 하나은행 및 SC제일은행과 비씨카드 지분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다음주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두 은행의 지분율은 각각 16.8%와 14.9%로, 보고펀드는 이 지분 인수를 확정하면 최대 주주가 된다. 보고펀드는 또 우리은행(27.6%)이나 신한카드(14.8%)가 보유한 지분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지분율은 50% 전후가 된다.

보고펀드 인수가 마무리되면 비씨카드는 국내외 카드결제망 구축 및 프로세싱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씨카드는 회원은행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신규사업 진출 등에선 주주 은행들의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거나 추진력을 잃곤 했다. 비씨카드가 보고펀드의 인수를 반대하지 않는 이유다.

일례로 비씨카드는 카드 매출전표 매입 등 프로세싱 시장진출을 타진해 왔으나, 은행들의 반대가 상당했다. 보고펀드는 비씨카드 인수를 마무리한 후 1~2년 내에 기업공개(IPO)하고 경영권 및 지분을 매각해 투자수익을 거둔다는 방침이다. 비씨카드가 물밑에서 준비하던 각종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현대·롯데 등 전업계 카드사들이 비씨카드 M&A를 주목하는 까닭이다.

업계에선 보고펀드의 경영권 인수로 비씨카드와 은행들이 독자노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카드영업을 위해서는 음식점 같은 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 방대한 가맹점이 있는 비씨카드를 활용하지 않으면 시스템구축, 가맹점모집, 인건비, 홍보비 등 1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운영비 부담도 문제다. 비씨카드의 가맹점망을 활용하면 카드 1건 결제에 드는 대금청구, 매출전표 수거 등의 비용이 25원이나 독자망에서는 70원까지 올라간다. 금융당국도 지분과 별개로 은행들이 비씨카드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시장 출혈경쟁 및 중복투자의 부작용이 소비자 및 중소 가맹점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은행권과 보고펀드의 '셈법'= 비씨카드 인수전에는 보고펀드와 은행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를 처음으로 추진한 것은 2005년 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토종사모펀드(PEF)'를 구성하고, 은행들의 지분매각 동의를 얻어 9부 능선까지 올랐다. 비씨카드 인수는 그러나 변 대표가 갑작스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무산되는 듯 했다.

보고펀드의 활동이 재개된 건 올해 초. 변 대표가 올 1월 법원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은행과의 협의가 재개됐다. 보고펀드는 오는 9월까지 비씨카드를 인수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촉박했으나, 상황은 보고펀드에 유리했다.

은행들은 경제위기로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자산 및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채권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사,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의 주식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권이 보고펀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은행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카드사업을 분사한 후 SK텔레콤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비씨카드 지분은 SK텔레콤과의 협의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SC제일은행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포함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6%에 불과하다. 시장 지위에 비해 비씨카드 지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하나, SC제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나 신한카드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추가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PEF 출자액을 늘리거나, 국내외 투자자 등과 제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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