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제조업 위주 수출주도 전략 바꿔야"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9.05.26 13:39

(상보)'신성장동력박람회 2009' 기조강연서 밝혀..."해외산업 기반 국내로 내부화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제조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국가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지식경제부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신성장동력박람회 2009' 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최 회장은 이날 '오늘 보다 내일, 하나 보다 모두가 더 행복한 성장'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기조강연에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종전 제조업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해외산업 기반을 국내로 내부화(Internalize)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차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예를 들면 미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이 한국에 들어와 녹색기술과 첨단융합, 고부가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한국시장에서 검증된 제품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외산업 기반을 국내로 내부화하기 위해 필요한 유인책은 무엇일까.

최 회장은 우선 "실패를 많이 저지르고 빨리 인식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전제한 뒤 "실패를 빨리 경험하기 위해선 모든 전략산업 등을 포함해 대한민국을 오픈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한국이 '테스트 베드(시험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내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모습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테스트 베드'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 등 IT 제품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화를 통한 성장은 대내적으로 한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세계의 테스트 베드가 되면 해외시장 공략이 수월해지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양질의 일자리도 대폭 늘어나 궁극적으로 우리에겐 더 큰 경제적 효과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테스트 베드가 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최근 한국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테스트하기가 훨씬 쉽고 정부가 훨씬 유연하며 훌륭한 인재도 많기 때문에 R&D 센터의 중심을 두고 중국을 공략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테스트 베드'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최 회장은 또한 "내부화를 통한 성장을 위해선 기업가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사회는 이런 기업과 기업가들의 노력을 존중해줘 기업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FTA를 여러 시장과 동시다발적으로 가장 빨리 맺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 주요 시장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면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기술을 확보하고 FTA를 체결했다고 해서 해외자본이나 사람들이 들어오진 않는다"며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의 유연성과 수용성이 필요하고,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 등 인프라 구축도 꼭 이뤄져야 한다"고 이어갔다.

최 회장은 "이런 성장 모델을 통해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과 노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조화를 이루고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성장"이라며 "해외 자본과 기술을 내부화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파트너십, 상생의 노사 문화 등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도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고용 창출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것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행복한 성장'"이라며 "그 동안 고용없는 창출은 한국 비지니스 모델이 너무 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기조강연에 앞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신성장동력 박람회장'을 20여분간 둘러봤다. 최 회장은 특히 SK에너지 부스를 방문한 한 총리에게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등 현재 추진 중인 신성장기술에 대해 직접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그룹 현안 중 하나인 지주회사 전환 문제와 관련해 "법이 통과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짧게 말했으며, SK텔레콤의 모바일 카드 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사업이 잘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잘되고 말고 할 게 있겠냐"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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