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10년만에 '전국저축은행' 만들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5.28 10:11

[CEO 인터뷰]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회사 3개 팔아 제주 미래저축은행 인수
소상공인 대출 한우물로 서울·충남 진출
현장영업·위기관리로 자산 1.7조 급성장

"미래저축은행은 소상공인대출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소상공인대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취임 10년을 맞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일성이다.

그는 회장에 취임한 후 지난 10년간 한눈 팔지 않고 소상공인대출에 주력하며 제주지역 군소 저축은행에 불과하던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조6500억원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살려고 저축은행 인수했죠"=그는 산업기계 제조업, 광산업, 건설업 등을 통해 재산을 모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땅을 산 뒤 건설업체와 함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지주공동개발 등으로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금융업과 무관한 길을 걸어온 그가 미래저축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IMF 외환위기 한파가 한창이던 1999년 12월. 김 회장은 당시 부실해진 미래저축은행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다소 낭만적인 동기에서다.

"제주도에 위치한 회사라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에 와보니 부실 정도가 심각하더군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 3곳을 매각해 미래저축은행 자본금을 마련하는 한편 충남 예산저축은행, 서울 삼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부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미래저축은행은 탄탄대로의 성장가도를 달렸다. 자산은 지난 연말 기준 1조6500억원으로 5년새 547% 급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저축은행업계 자산증가율(130%)의 4배 넘는 수치다. 또한 잇따른 저축은행 인수로 서울과 충남 제주를 아우르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저축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성공비결은 '한우물 파기'=미래저축은행의 성공비결은 소상공인을 기반으로 한 일관된 대출영업전략에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투자에 적극 나선 반면 미래저축은행은 우직할 만큼 소상공인대출에 주력했다.

미래저축은행의 여신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소상공인 대출이 30%를 차지한다. 부동산PF는 9%에 불과하다. 이는 소상공인대출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이 크게 작용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일관성 있는 영업전략으로 7년 연속 순익을 올렸습니다. 덕분에 지난 연말 대다수 대형사가 부동산PF 부실로 곤욕을 치를 때 우리는 한발 비켜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저축은행은 지난 10년간 제주와 서울·충남지역의 일수 대출시장을 평정하며 소상공인대출로도 얼마든지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러 금융기관이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일수시장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이를 블루오션으로 인식했죠. 그 결과 소상공인대출은 미래저축은행 성장의 원천이 됐습니다."

◇발로 뛰는 현장영업=미래저축은행은 '발로 뛰는 현장영업'을 추구한다. 직원들이 직접 고객의 사업장을 방문해 개별 고객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맞춤형 대출상품을 제시한다.

실제로 영업시간에 미래저축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경비원을 제외하곤 모두 여직원이다. 남자직원들은 영업시간 내내 시장 등을 뛰어다니며 현장영업을 실시하는 탓이다. 이는 김 회장의 영업철학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직원들을 자꾸 바깥으로 내모는 것은 미래저축은행은 소상공인대출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주고객인 시장상인들이 영업점을 찾기 힘든 만큼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게으름 피우면 도태되죠."

◇"우리는 은행이 아니다"=미래저축은행 직원들은 "우리는 은행도, 금융기관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위기관리와 수익창출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은 직원들에게 열심히 영업해서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긴장감을 심어준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기관은 정부가 돈을 대줘서 운영하는 곳인데 그런 의미에서 우린 금융기관이 아닙니다. 은행이야 가만히 있어도 고객들이 찾아오지만 우리는 열심히 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미래저축은행은 전직원 대상 경영정보 공개, 직원 참여 유도, 금융·윤리교육 등을 통해 강한 조직을 만들면서 틈새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경영은 오너의 몫이지만 돈을 만지는 직원들이 고객의 예금을 함부로 다루면 그 피해가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교육을 많이 하려면 돈이 꽤 들어가요.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규모는 10년간 들어갈 교육비보다 많아집니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10년 뒤 저축은행은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소상공인의 친구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 영업직원들은 그간 식당에서 접시를 닦아주고 배달을 도우며 소상공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소상공인들을 섬기며 이들을 위한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 성공가도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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