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가 김일성 유훈"이라더니…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5.25 19:15

'대화중시' 포기.. 보유 카드 연달아 내놓는 이유는?

"비록 우리는 미국 때문에 핵시험을 했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 의지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위대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우리의 최종목표다."(2006년 10월1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우리를 변함없이 적대시하는 상대와 마주 앉았댔자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그 누구의 주의를 끌어 대화나 해보자는 것이 아니다."(2009년 5월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북한이 약 3년만에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예고 후 핵실험 강행'이라는 구도는 지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지만 이에 대한 북한 외무성 성명이 여느 때보다 강경 일변도로 변한 점이 차이점이다.

북한은 2003년 8월부터 지속돼온 6자회담 논의틀 내에서 대화하는데 부정적이지 않았다.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계좌 동결'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 불참하는 등 일시적인 사보타지(태업)를 벌인 적은 자주 있었다. 그 때마다 '우리(북한)는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 등 대화 당사국들이 성의있는 태도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날리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미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대북제재 강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한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당시 북한은 "평화적 위성까지 요격하겠다고 달려드는 적대 세력들의 가중된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 우리는 부득불 핵 억제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6자회담은 더는 필요없게 됐다"고 강경 목소리를 냈다.

북한이 날리는 위협카드가 짧은 기간 내에 연달아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강행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 계좌 동결조치를 강행한지 1개월이 지난 시점, 즉 미사일 발사 후 3개월여가 지나서야 핵실험을 실시했다.

2차 핵실험을 앞둔 시점엔 한반도를 둘러싼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지난달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를 재차 강행한 데 이어 같은 달 14일엔 '6자회담 탈퇴 및 핵시설 원상복구'를 24일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기소방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북한이 연이어 강수를 둔 데 대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북미 간 양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외교상 실리를 얻어내기 위한 극단적 선택 △ 후계자 문제 등과 관련한 내부 단속용 등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른 북한의 태도로 봤을 때 북한이 만족할 만한 보상책 없이 대화에 그냥 응하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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