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약정, 어느 그룹이 맺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5.26 06:37
다음달 초까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은 모두 9곳으로, 이 중 6곳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나머지 3곳은 하나ㆍ외환은행ㆍ농협이 한 곳씩 나눠맡고 있다.

산은이 이번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 중 무려 3분의 2나 차지하게 된 것은 국책은행 산은의 특성과도 관계가 깊다.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통제를 받아 온 산은은 그동안 수익성보다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에 집중해 왔다. 이 때문에 산은의 대출 익스포저는 기업들의 장기 시설투자에 많이 걸려 있는 상태다. 수년에 걸친 장기 대출인 탓에 경기변동에도 여신을 줄이기 어렵다.

올해 주채무계열 순위로 볼 때 10위권 이내에서 1곳을 비롯, △11위~20위권 1곳 △21위~30위권 2곳 △31위 이하 5곳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대부분 최근 1~2년 새 기업인수 등 외형확장에 나선 곳들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수합병(M&A)의 신화'로 불렸던 기업들이 줄줄이 주채권은행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된 셈이다.

건설ㆍ금융업에 주력하던 한 그룹은 부동산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채규모가 1년새 급증하면서 약정대상에 포함됐고, 일부 그룹은 부채비율은 기준을 통과했지만 수익성 급락으로 재무약정 체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채무계열 '톱10' 기업 중 1곳과 40위권의 1곳은 이번 재무구조 약정대상에서 일단 '유예'됐다. 채권단이 환율ㆍ유가 등 일시적 경제변수에 따른 업종 특수성 및 재무구조 개선가능성을 높게 본 곳들이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유예선고'를 받은 한 그룹에 대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높아지고 있어 조금 지나면 합격점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약정 제외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까지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약정체결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이들 그룹에게 앞으로의 몇 달은 '피를 말리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약정대상으로 분류된 9개 그룹들은 약정서에 최종 사인을 하기 전까지 채권은행들과 세부 약정내용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약정은 일단 맺고 나면 해당그룹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민감해 한다. 기업들은 은행과 약정을 맺더라도 약정내용의 강도를 최대한 낮춰 잡아, '불이행'에 따른 금융권의 제재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주채권은행도 이들 대기업을 쉽게 '이래라 저래라'할 처지가 못 된다는 점이다. 해당 그룹의 취급여신이 큰 터라 은행과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의 '버티기'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부 은행장들의 보신주의"라며 은행장들에게 직접 칼끝을 겨눈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한 '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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