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와 절친 윤증현도 조문 거부당해.."참담하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5.25 14:22

'꼬마 민주당' 때부터 盧와 인연, 참여정부선 금감원장 맡기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의 절차와 형식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한뒤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국무위원들은 25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에서 공식 조문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윤 장관은 "꼭 봉하마을로 직접 가서 조문을 하고 싶다"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인 이정혜씨와 수행비서만이 윤 장관의 '봉하 가는 길'에 동행했다.

이처럼 윤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임에도 개인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으려는 것은 노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

윤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2004년8월부터 금융감독원장을 맡아 3년 임기를 온전히 채웠다. 금감원장 재직 당시 금산분리 완화 등 시장친화적 발언으로 '실세 386'과 갈등을 겪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윤 장관을 감싸안았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매제이기도 한 윤 장관은 이 전 총리의 동생고(故) 이수인 의원을 통해 이 의원과 절친했던 노 전 대통령과 '꼬마 민주당' 때부터 알고 지냈던 인연도 있다.

이 때문인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23일은 물론 24일에도 극도로 침통한 표정으로 공식·비공식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이전에 모셨던 대통령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려는 윤 장관의 '소박한'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봉하마을 입구에서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끝내 윤 장관의 조문을 막아섰고, 윤 장관은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여기는 아무나 오는 데가 아니다"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개인적 자격의 조문마저 거부 당한 윤 장관은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재정부 간부회의에서 "비행기로 45분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에서 문상을 못하고 돌아오는데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윤 장관은 "고인의 죽음과 의미를 잘 되새기고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직원들에게는 "재정부 공무원은 혼신의 힘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이루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는 것"이라며 "추도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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