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보다 좁은 봉하마을 입성

박재범 기자, 봉하=김지민 기자  | 2009.05.24 17:28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일반 국민은 몰라도 거물급 정치인에게 빈소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봉하마을을 둘러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과 마을 주민들이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을 제외한 정치인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조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밤 10시께 봉하마을을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는 마을 진입조차 못했다. 24일 오후엔 김형오 국회의장이 분향소가 있는 봉하마을 회관쪽으로 걸어오던 중 노사모 등으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3부 요인 중 2명이 빈소에도 들르지 못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야당 대표를 지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조문을 하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측근 의원의 일부 만류에도 불구 "조문을 하고 예의를 표하는 게 정도"라며 봉하행을 결정했지만 마을 안으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친박(친 박근혜)계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봉하마을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현재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서울에 분향소가 마련되면 조문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돌아오는 길에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화해 위로의 뜻을 전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조문을 못한 채 돌아갔다. 여권 인사 중 조문한 사람은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이 유일했다.

'비노' 인사도 냉대를 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구여권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의원은 지난 23일 오후 부인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사모 회원과 주민들은 마을 입구를 걸어오는 정 의원에게 '배신자'라며 조문을 가로 막아섰고 정 의원은 발길을 되돌렸다. 정 의원은 하루 뒤인 24일 오전에야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정 의원은 조문을 마친 뒤 "있어서는 안 될 아픔으로 명복을 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표적 '비노' 인사인 손학규 전 대표와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돌아갔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상주'를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함께 직접 문상객을 맞으며 밤을 샜다.

거물급 정치인이 빈소를 찾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자 장례를 담당하는 쪽에선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문 전 실장을 비롯 친노 인사들이 '노사모' 등을 향해 자제를 당부하곤 있지만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렸던 인사들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기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묵념하는 사진과 함께 "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애도의 문구를 올렸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과 '단일화' 합의와 파기란 극적인 정치적 경험을 했던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한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였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 지도자가 된 것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재오사랑'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비옵니다'란 글을 직접 띄워 애도를 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 분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한 많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