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떨군 정몽준 "盧, 꿈·희망 준 국가원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9.05.24 14:23

2002년 단일화前 '인연' 소개 "깊은 애도"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이 '애증'으로 얽힌 정치인이 있을까.

24일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검정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을 한 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소식에 시종 침통하고 숙연한 모습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합의와 파기란 극적인 '정치적 경험'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선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한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였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 지도자가 된 것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며 고인을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차분하게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다신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이 비극은 단지 노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우리 대통령들은 퇴임 후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게 되는지, 왜 가족들 문제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며 우리 정치 문화의 후진성과 퇴행성도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아울러 강한 어조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께서 바라는 국민 화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 16대 대선 전인 2002년 초, 노 전 대통령과 있었던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께서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썼는데 제가 그 글을 읽고 '우리나라 정치에서 노무현 의원이 추구하는 정의가 승리하길 바란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이 '고맙다'면서 연락을 해왔던 기억이 난다"며 "새로운 정치를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순수한 열정과 취지가 우리 사회에서 잘 이해되고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나 그 이후인 2002년 12월 대선 직전, 자신의 지지 철회로 무산된 노 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 얘기는 끝내 꺼내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은 단일화 무산 후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가 의정 활동을 계속하다 지난 2007년 12월 17대 대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 지지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 생전의 노 전 대통령과는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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