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급 상향할 상황 아니다"-S&P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5.23 08:56

[문답]


-미 상업용 모기지, 유럽 금융회사 붕괴 '뇌관'
-미 증시 3월 바닥, 장기적으론 '베어마켓'
-중국, 가장 먼저 침체 탈출할 것
-한국, '역동성' 증명...상대적으로 양호



"미국 카드사들보다는 유럽 금융회사가 더 걱정됩니다"
"내년 수조 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차환이 몰려 있습니다"

미 뉴욕 맨해튼의 S&P 본사에서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이다.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동시에 근무한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 바닥을 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낙관만은 할 수 없게 만드는 변수들을 이같이 지적했다.

채정태 S&P 한국 대표는 "한국이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플러스 성장에 성공함으로써 경제와 산업의 역동성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하향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의미일 뿐 신용등급을 상향할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S&P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 일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위스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 경제는 이제 바닥을 쳤다고 볼수 있나

▶ 미국은 1930년대 이후 가장 긴 침체를 겪고 있다. 아마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낙하는 멈췄고 하강속도는 완화되고 있다. 앞으로 6개월내, 아마도 9월쯤이면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복은 느릴 것이다.

주택값은 2005,6년 정점 이후 31% 하락했고, 모기지 금리도 최저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말까지 미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신규주택 착공은 2분기에 바닥 치겠지만, 주택가격은 2010년까지는 떨어질 것이다.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문은

▶상업용 모기지 시장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실업률이 높아져 수요가 줄어들고,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모기지를 감당하기 힘들게 된데다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매각도 힘들어서 문제가 될 것이다.

올해는 그래도 나았지만 특히 수조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차환이 몰리는 내년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상업용 모기지는 주거용 모기지보다 짧은 5년 단위로 주로 이뤄진다. 2005년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을때 일시에 조달된 상업용 모기지가 내년에 몰리게 된다.

-카드 부실 문제가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신용카드 부실에 대한 위기는 과장 됐다고 본다.
물론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대손률이 계속 상승해 내년에는 11%대까지 높아질 것이다. 대손률은 실업률보다 6개월정도 후행한다.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카드사들이나 전업카드사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하지만 대부분의 카드회사들은 11% 대손률에서도 생존할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나

▶대형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가 최근 리먼 사태 당시의 절반 수준인 150bp대로 떨어졌다. 리보 금리는 0.75%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스트레스트 테스트'는 또 다른 대형 파산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우려는 여전하다.
은행보다는 은행 이외 부문의 붕괴가 더 우려된다. 리먼이나 베어스턴스에서 봤듯이 '패닉'은 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 부문이 아니라 감독받지 않는 상태에서 1금융권과 경쟁하는 부문에서 출발한다.

특히 유럽 금융기관 붕괴가 가장 큰 우려이다. 이 경우 금융시장이 몇달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유럽은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핸들링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규모에 비해 금융권이 비대한 국가들,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 같은 경우는 국가 경제 규모가 금융권 부실을 감당할 만한 크기가 안된다.
아이슬랜드가 금융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은 빠른 턴 어라운드를 기대하기 힘들다. 유럽은 부양정책 규모도 작고 통화정책 완화 속도도 늦었다. 내년초나 돼야 회복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전망은

▶경기 침체는 세계 공통의 사안이다. 세계 경기의 '디커플링' 가능성은 어리석은 이야기이다.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은 상품가격 하락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특히 중국과 인도가 현재로서는 가장 상황이 좋다.

수출의존도가 낮고 농업이 주산업인 인도는 올해 작황이 좋아 6%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신속하게 추진한 결과 사회간접자본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탈 것이다. 올해 성장률은 중국정부의 예상치인 8.5%보다는 낮은 6.5% 정도가 될 것이다. 이정도만 해도 매우 양호한 것이다.

-S&P가 최근 영국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재정적자 문제를 들었는데 비슷한 상황인 미국 역시 등급(전망)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국가등급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

영국은 금융부실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고, 정부 채무도 급증했다. 재정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한데도 AAA등급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정부 채무 문제로 보면 미국도 영국과 다르지 않다.
S&P는 지난해 말 영국 은행업종에 대한 등급을 하향한 당일 미국 은행들에 대한 등급도 함께 하향한 바 있다.
최근 미 국채 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하고 있는데는 안전선호 현상이 희석된 것과 더불어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시아 증시가 급등했는데 새로운 버블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3월에 주가가 바닥을 쳤다. 주가는 경기보다 5개월정도 선행된다는 점을 보면 경기바닥 예상시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보통 장기 증시 사이클이 상승 15년-하락 15년, 총 30년이라고 본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베어마켓 트렌드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아시아 증시가 최근 급등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많이 떨어졌다. 아직까지 반등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지만 이런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상승분의 50% 조정받는게 일반적이다.

-중국 경제 전망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은가

▶중국은 가장 먼저 침체에서 탈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도 이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입게 될 것이다.
현재도 GDP규모로만 보면 작지만 아직은 세계 경제전체를 회복시킬 정도의 규모는 되지 않는다.
제대로 운영되는 국가의 경우 보통 생산성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때까지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치를 웃돈다. 중국은 앞으로도 20년은 더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당연히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지만, 얼마나 경제를 개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경제보다는 정치의 문제이다.

-한국의 집값은 미국 등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주택시장은 디커플링이 가능하다고 보나

▶세계 경제의 커플링은 금융시장이나 교역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택이나 보건의료 같은 시장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지 않는 재화라는 점에서 각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채정태 대표>
↑채정태
S&P 한국사무소 대표
(채대표의 답변은 한국담당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를 종합한 것임을 전제로 했다)

-한국의 경기 침체 대응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현지화 장기신용등급 A+, 외화 장기신용등급 A를 유지하고 있다. 전망은 '안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전세계 경기침체 과정에서 반등함으로써 경제와 산업의 역동성을 증명하고있다. GDP가 1분기 0.5% 성장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환율 급등과 수출 증대로 인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에도 불구,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것은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데 해소됐고, 이변이 없는한
올해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정부도 초기 대응에서는 다소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지만 통화스와프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본다. 부동산이나 해운 등 업종 구조조정도 신속처리절차를 통해
불안감을 차단했다.

-한국 신용 등급 산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요인은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과제이다. 새로운 버블이 커졌다가 터질수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다시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을수 있다.

실업률 증가세가 언제 멈출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무수익자산과도 연계된 문제이다. 환율은 등락속도가 빠른 점이 문제가 됐지만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한다면 경기 적응력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

북한내부의 권력승계문제도 불확실성가운데 하나이다. 전쟁위험은 없다고 보며 등급평가에서도 배제하고 있다. 통일 비용이 오히려 문제이다. GDP의 100%정도가 통일 비용이라고 치면 매년 정부 예산의 20%인 50조원을 통일 비용으로 20년간
써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의 신용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은

▶지금 상태에서는 등급이나 전망을 상향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말에도 A였는데 지금이 당시와 비교해서 더 좋아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하향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에서도 '안정적'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한국이 나은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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