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실물 결합' 금융권 판도 변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05.23 08:00
신용카드가 실물경제와 결합하며 금융권 판도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카드사업 분사를 추진하는 곳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이를 계기로 기업과 이뤄지는 사업제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위기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카드는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22일 SK텔레콤이 하나은행에서 분사해 오늘 8월 설립 예정인 하나카드의 지분취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금융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금융회사들이 자금지원 차원에서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인수해주는 경우는 많았지만, 'SK텔레콤-하나' 조합처럼 산업자본이 은행과 실질적인 공동사업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는 건 극히 이례적인 탓이다. 현대카드·캐피탈, 삼성생명·카드 등은 그룹사의 독자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설립됐을 뿐, 은행권과 제휴한 형태는 아니었다. SK텔레콤은 하나카드의 지분을 인수하고, 각종 이동통신 상품 및 마케팅을 은행상품에 결합하는 형태의 다양한 제휴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SK그룹의 제휴는 통상적인 투자수준을 넘어 광범위한 공동마케팅을 위한 것"이라며 "최종 단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으나, 지금까지 있었던 은행과 산업의 제휴형태를 뒤바꾼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카드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금융, 농협 등도 카드사업 분사를 확정했거나 물밑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 역시 '하나-SK'의 조합처럼 실물경제와 결합하는 방식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등과 연계한 개인고객 마케팅 뿐 아니라 농산물 도소매업체, 유통업체 등과 결합하는 형태를 카드분사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이 카드부분 육성에 집중하며 제휴 및 인수합병(M&A), 지분출자 등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가 SK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에 성공하면 통신업체, 유통업체 등 기업을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금융기관들이 다수 나타날 수 있다. 금기시 돼왔던 금융과 산업자본의 손잡음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동적인 마케팅 능력과 높은 수익성에 있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16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국민은행 1591억원, 신한은행 737억원 등이었다. 반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1763억원, 1462억원의 흑자를 거둬들여 은행원들을 무색하게 했다. 신용카드는 리스크가 높다는 특성이 있으나, 신용위기 등에서 쓴 교훈을 얻은 탓에 이제는 연체율 관리 등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카드 캐피탈 등은 아직도 잠재력이 뛰어나다"며 "금융권 판도변화는 은행보다는 서자로 취급받았던 제2금융 계열사들이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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