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SK텔레콤이 하나은행에서 분사해 오늘 8월 설립 예정인 하나카드의 지분취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금융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금융회사들이 자금지원 차원에서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인수해주는 경우는 많았지만, 'SK텔레콤-하나' 조합처럼 산업자본이 은행과 실질적인 공동사업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는 건 극히 이례적인 탓이다. 현대카드·캐피탈, 삼성생명·카드 등은 그룹사의 독자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설립됐을 뿐, 은행권과 제휴한 형태는 아니었다. SK텔레콤은 하나카드의 지분을 인수하고, 각종 이동통신 상품 및 마케팅을 은행상품에 결합하는 형태의 다양한 제휴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SK그룹의 제휴는 통상적인 투자수준을 넘어 광범위한 공동마케팅을 위한 것"이라며 "최종 단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으나, 지금까지 있었던 은행과 산업의 제휴형태를 뒤바꾼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카드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금융, 농협 등도 카드사업 분사를 확정했거나 물밑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 역시 '하나-SK'의 조합처럼 실물경제와 결합하는 방식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등과 연계한 개인고객 마케팅 뿐 아니라 농산물 도소매업체, 유통업체 등과 결합하는 형태를 카드분사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이 카드부분 육성에 집중하며 제휴 및 인수합병(M&A), 지분출자 등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가 SK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에 성공하면 통신업체, 유통업체 등 기업을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금융기관들이 다수 나타날 수 있다. 금기시 돼왔던 금융과 산업자본의 손잡음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동적인 마케팅 능력과 높은 수익성에 있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16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국민은행 1591억원, 신한은행 737억원 등이었다. 반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1763억원, 1462억원의 흑자를 거둬들여 은행원들을 무색하게 했다. 신용카드는 리스크가 높다는 특성이 있으나, 신용위기 등에서 쓴 교훈을 얻은 탓에 이제는 연체율 관리 등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카드 캐피탈 등은 아직도 잠재력이 뛰어나다"며 "금융권 판도변화는 은행보다는 서자로 취급받았던 제2금융 계열사들이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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