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 롯데 신경쓰이네..'맥주 삼국지'될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9.05.22 14:55

롯데 맥주 공장 설비 투자 5000억∼6000억원 예상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난 21일 '맥주공장 건설' 의사를 밝히자, 이 구상이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 될 것인가에 대해 주류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 양강 체제인 현 맥주시장에 불어 닥칠 판도 변화도 주된 관심거리다.

주류 및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 부회장의 의지대로 롯데그룹이 맥주시장에 직접 뛰어들려면 생산설비 투자에만 5000억∼60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맥주공장 설립 5000억이상 투자해야=맥주공장은 수질은 물론 수량(水量)도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입지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로 공장을 세우느냐에 따라 투자비용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생산설비의 투자항목을 토지 매입비와 건물 건립비, 기계장치, 구축물, 용기 및 집기 매입비 등으로 구분해 볼 때 건물과 기계장치 등은 입지와 상관없이 투자비용이 비슷하지만 토지 매입비는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류업계 한 전문가는 "롯데그룹이 중장기적으로 맥주시장 점유율을 20∼30% 확보한다는 구도 아래서 맥주공장 규모와 투자비용을 결정할 수 있다"며 "연간 맥주 생산량 50만kl 정도인 하이트맥주의 강원도 홍천공장의 경우 10여 년 전 설립 당시 5000억 원 정도가 투자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롯데가 어느 규모로 어느 지역에 공장을 짓느냐에 따라 투자금액이 달라질 수 있지만 생산설비에만 5000억∼60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의 맥주 신제품 출시는 2011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금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완공까지 1년 6개월∼2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롯데가 공장 신설 보다는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롯데그룹의 맥주공장 설립은 롯데주류BG 주도로 일본 아사히맥주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명규 롯데주류BG 대표이사는 오비맥주 시절부터 맥주공장 설립 노하우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그룹과 아사히맥주는 롯데아사히맥주를 통해 이미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맥주시장 불꽃튀는 점유율 경쟁 '예고'=신 부회장의 발언은 앞으로 국내 맥주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국내 맥주시장은 현재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각각 57 대 43 정도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맥주시장에 뛰어든다면 이 양강 구도는 3강체제로 바뀐다. 맥주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기존 맥주업체가 롯데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맥주공장을 짓고 설립 초기에 5∼10% 점유율만 확보한다고 해도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수익성에 타격을 입는다"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 등 맥주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트맥주의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를 합쳐 1년 평균 1100억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며 "만약 롯데가 맥주시장에 진출하면 점유율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불어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롯데 맥주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느냐"며 의문을 보내기도 한다. 국세청은 롯데그룹이 주류 면허를 당장 신청한 것도 아니어서 지금 주류제조 면허 허용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맥주시장의 성장성을 볼 때 롯데그룹이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며 뛰어들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맥주공장을 신설해 점유율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롯데 입장에서도 불안한 도전"이라며 "설립 초기에는 매년 수백억 원대 적자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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