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류왕국' 꿈…맥주 승부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5.22 14:49

(종합)"프로젝트팀 만들어 자체 공장 건설… 맥주 사업 승산있어"

롯데가 맥주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유통·식음료 왕국'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 대신 자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맥주 시장 신규 진출을 추진, 소주, 위스키, 와인, 전통주에 이어 맥주까지 전 주종을 갖춘 '주류왕국'을 넘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사진)은 "맥주 사업에 승산이 있다"며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우리가 자체적으로 맥주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지난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 회장단 만찬 후 기자와 만나 오비맥주 인수 불발 이후 롯데의 맥주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일부 고위 관계자가 공장 설립을 통한 맥주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적은 있으나, 그룹 오너가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부회장은 또 "해외의 경우 기린, 아사히 등 대형 업체들이 많은 만큼, 국내에 공장을 지을 생각"이라고 말해 국내 시장을 집중 공략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신 부회장의 이번 발언은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에 신규 공장 설립을 통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겠다는 뜻으로 그만큼 맥주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소주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를 인수해 주류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롯데는 맥주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자금난에 몰린 벨기에의 대형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올 들어 오비맥주 매각에 본격 나서면서 롯데는 강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롯데는 '처음처럼'에 이어 오비맥주까지 인수, 단숨에 '종합주류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었지만 가격문제로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오비맥주 인수전 과정에서 롯데는 맥주공장을 신설, 직접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그간 업계에서는 이는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단순 협상용 카드일 뿐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류업계에서는 맥주 사업이 대규모 설비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자금력만으로 롯데가 맥주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일부 고위 관계자에 이어 그룹 오너인 신 부회장까지 맥주 사업을 위한 공장 신설을 직접적으로 언급,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 계획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은 하이트맥주, 오비맥주의 2강 체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하이트맥주는 국내 맥주 시장의 57.8%, 오비맥주는 42.2%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는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 인수로 주류 유통망을 확보한데다 합작법인을 설립,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아사히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어 맥주사업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다.

특히 롯데주류BG의 김영규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이 맥주공장을 이미 신설해 본 경험이 많은 만큼, 롯데의 신규 공장 설립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주류사업은 설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케팅 싸움'이라는 점에서 소비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롯데의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맥주사업을 위한 요건만 갖춘다면 국세청이 롯데에 주류면허를 내주지 않을 명분도 사실 없는 상황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1930년대부터 하이트와 오비맥주가 과점체제로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최근 맥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는 맥스, 카스 등 신생브랜드라는 점도
롯데의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주류업계의 한 전문가는 "오비맥주의 현재 주력브랜드는 93년 등장한 카스"라며 "롯데의 자금력으로 공장을 세우고 마케팅 공세를 벌일 경우 롯데의 맥주 사업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4. 4 "아시아나 마일리지 자동소멸? 전용몰은 다 품절"…쓸 곳이 없다
  5. 5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