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나도 몰라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 2009.05.21 12:28

[웰빙에세이]마음 잡고 마음 넘기

마음이 무엇인지 그 답이 쉽지는 않으리라. 다들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바로 답을 구하지 말고 애둘러 가보자. 잘 살펴보면 힌트가 많다.

우선 가장 아름다운 비유, 마음은 호수다. 마음은 호수여서 잔잔하기도 하고, 물결이 일기도 한다.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한다. 맑고 잔잔한 호수에 달이 비치듯 맑고 잔잔한 마음에 지혜의 달이 뜬다. 마음을 가라앉히면 마음에 가렸던 내가 드러난다.

둘째, 마음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호수와 비슷한 비유다. 거울이 맑아야 나를 제대로 비출 수 있다. 거울이 더러우면 나도 더러워진다. 거울이 울퉁불퉁하면 나는 기형이 된다. 마음이 더러우면 나도 더럽고, 마음이 비뚤면 나도 비뚤어진다.

셋째, 마음은 바다다. 바다처럼 넓고 깊다. 호수에 비할 바 아니다. 위에서는 항상 파도가 친다. 때로 격랑이 인다. 그러나 깊은 바닷속은 언제나 평온하다.

마음이 얕은 사람은 파도가 된다. 이리저리 세파에 밀려다니면서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자기가 바다의 물결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이 넓으면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담아내고 평화롭다. 그는 바다다.

넷째, 마음은 상자다. 닫으면 답답하고 열면 시원하다. 생각을 가득 채우면 복잡하고, 감정을 가득 채우면 들끓는다. 생각과 감정을 비우면 가볍고 개운하다. 보석을 담으면 보석상자가 되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다섯째, 마음은 도구다. 마음은 쓰는 것이다. 우리말 '말씀'은 '마음을 쓰다'는 뜻이라 한다. 말이나 도구가 그렇듯 마음은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쓰면 위험하다. 잘 쓰면 '이기'가 되고 잘못 쓰면 '흉기'가 된다.

마음이 쓰는 것이라면 마음은 내가 아니다. 나는 마음을 쓰는 자다. 마음을 잘 쓰려면 마음을 잘 다뤄야 한다. 마음을 잘 다루지 못하면 마음에 휘둘린다. 마음이 나를 점령한다. 마음이 제 마음대로 내 행세를 한다. 나는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마음의 종이 된다. 마음의 종이 된 나는 분주하고 고단하다.

여섯째, 마음은 어린아이 같다. 아주 여리다. 쉽게 상처받는다. 수시로 아프고 쓰리다. 이것저것 원하는 게 많다. 챙겨주지 않으면 자꾸 보챈다. 변덕이 심하다. 다루기 어렵다. 사랑으로 보듬는 게 다그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원칙과 훈련이 필요하다. 고통을 싫어한다. 그러나 고통을 통해 단련하면 더욱 강해진다.

일곱째, 마음은 '과거+미래'다.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의 심오한 통찰이다. "과거는 더 이상 아니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그대의 마음은 이 두 가지 비존재적인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기억과 상상력, 기억과 욕망, 기억과 희망으로 말이다. 그대가 미친 상태에 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는 전혀 마음의 일부가 아니며 현재는 존재에 속해 있다."

그의 가르침처럼 마음은 정말 과거와 미래를 먹고 사는 허깨비다. 거짓된 자아인 에고는 이 허깨비에 달라붙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면 마음은 사라진다. 그 일과 나는 하나가 돼 마음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사라진다. 너무 기뻐서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너무 감동적이어서 전율하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는 순간, 이럴 때 나는 온전하게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무아이고, 무심하다.

반대로 무슨 일을 하든 그 순간 몰입하지 못하면 그 틈으로 마음이 끼어든다. 그 마음은 내일의 욕망과 두려움, 과거의 추억과 회한 속에 있다. 이것을 빼면 마음도 없다.

이쯤에서 정리하자. 위의 일곱 가지는 아마 이런 말일 것이다. 마음에 휘둘리지 마라. 마음을 잘 쓰고, 잘 다스려라. 마음을 넘어서라. 마음 너머에 내가 있다.

  ☞웰빙노트

사람은 세 끼 밥을 먹어야 살듯이,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을 잘 먹어야 건강할 수 있어. '마음을 먹는다'고 하잖아. 밥을 입으로 꼭꼭 씹어 먹듯이, 마음도 꼭꼭 씹어 먹어야 해. 밥을 먹지 않으면 영양결핍이 생기듯이 마음을 먹지 않으면 의식결핍이 생겨서 밥만 축내는 밥통같은 놈이 돼. <장병두 구술 및 감수,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

누구나 알다시피 현대인의 마음은 계속해서 더 많은 것, 더 많은 돈, 더 높은 신분, 더 많은 사랑, 더 나은 직업, 만족, 새로운 차, 더 젊어 보이는 육체, 더 젊어 보이는 배우자, 더 큰 집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성공을 하면, 즉 돈을 많이 벌거나 새 차를 사거나 더 나은 직업을 가지게 되면 잠시 동안은 만족해한다. 그러나 조만간(대부분은 곧 바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마음이 이런 식으로 진화한 까닭에 우리는 자신을 비교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며, 갖지 못한 것에 신경 쓰면서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의 일어나지도 않을 끔찍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느라 심리적으로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루스 해리스, 행복의 함정>

파도는 바람을 맞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그러다가 자기 앞에 있는 다른 파도들이 해변에 닿아 부서지는 것을 보았어.
"하나님 맙소사, 이렇게 끔찍할 데가 있나. 내가 무슨 일을 당할지. 저것 좀 봐!"
그 때 다른 파도가 뒤에서 왔어. 그는 이 작은 파도의 우울한 기분을 알아차리고 물었어.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아까 그 작은 파도가 대답하지. "너 모를거야! 우린 모두 부서진다구! 우리 파도는 부서져 다 없어져 버린단 말이야! 정말 끔찍하지 않니?"
그러자 다른 파도가 말하지. "아냐, 넌 잘 모르는구나. 우린 그냥 파도가 아냐,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구."<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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