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세계증시 '태풍의 눈' 복귀할까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5.21 06:54

62달러 돌파… 증시 역상관관계 재현 조짐, 상승변수 다양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수요감소로 가격이 폭락, 오랫동안 증시의 종속변수로 밀려나 있던 국제유가가 다시 투자자들의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2달러를 돌파,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다시 증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94달러(3.2%) 상승한 62.04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최고치이다.

가격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고감소. 미 에너지부는 이날 지난주말 기준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21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정보 제공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감소폭을 150만배럴로 예상했다.

◇ 투기세력, 휴가철, 지정학적 긴장...상승 변수 다양

지난주말 재고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소비국의 재고는 여전히 사상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실물재고 이외에 유가 상승세를 촉발할수 있는 요인이 시장 안팎에 첩첩히 쌓여있다는 점.

마켓워치는 "증시에서 단기 차익을 올린 금융시장의 투기자금이 다시 고수익을 좇아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상품 시장이 가장 먼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석유 광산 농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만큼 경기회복기에 가격이 급등할 것이기 때문에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이라는 주장이다.

시기적으로도 미국 등 북반구 선진국들이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유가 상승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고 있다. 휴가철 수요에 이어 북중미의 허리케인 시즌으로 인한 공급 차질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유가를 움직이는 또다른 변수가운데 하나인 지정학적 불안도 가세하고 있다.

이란이 20일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밀접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반군들의 석유수출 저지 움직임도 반복되고 있다.

◇ 주가-유가 역상관관계 재현 가능성

지난해 중반 국제유가가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세계증시는 유가 움직임에 일희일비했다. 유가 폭등으로 세계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는 유가와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반대로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격화되고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유가와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 주가가 상승하고, 에너지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가도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자 유가가 다시 세계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미 증시가 후반 일제히 약세로 돌아선 것도 국제유가가 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한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UC샌디에고의 에너지경제학자인 제임스 해밀턴 교수는 이날 미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유가를 배럴당 147달러까지 폭등시켰던 요인들이 재현돼 세계 경제 회복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밀턴 교수는 원유 공급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의 수요가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면 미국경제는 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HS캠브리지 에너지 연구협회의 대니엘 예르긴 회장 역시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해 유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뒤 폭락함에 따라 생산시설 투자가 감소, 향후 유가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르긴회장은 "세계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수요는 급속히 늘어날 수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는데는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유가 급등 예상이 현실화 할 경우 유가와 주가의 역상관관계도 다시 뚜렷해질 것이라는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