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구속된 기업을 청소하려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9.05.21 09:43

[CEO에세이] 청소의 기본은 버리는 것

경허(鏡虛)선사는 숭산 큰 스님에게는 법맥상 중조뻘이다. 어느 날 경허선사는 제자 용성(龍城)스님과 함께 시골 길을 가고 있었다. 작은 연못을 지나가다 한 무리의 사내아이들을 보게 됐다.

사내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아다가 뒷다리를 동여매 탁자에 묶고서는 팔 요량으로 길거리에 내다 놓았던 것이다. 용성스님이 경허선사에게 여쭈었다.

"큰 스님, 잠시만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간 용성스님이 돈을 꺼내며 말했다. "내가 이 개구리를 전부 사겠다. 개구리 값은 여기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깡충거리며 사라졌다. 용성스님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연못에 방생했다. 경허선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고했다. "이 길로 오길 참 잘했습니다. 지금 막 개구리들을 방생하고 왔습니다."

"훌륭하도다. 그러나 너는 지옥행이다."

"아니 왜 지옥으로 가게 됩니까?"

"너는 '내가 저 개구리들을 구제했다'라고 했어. '내'가 했다는 아상(我相)이 있으면 아무리 훌륭한 행동을 해도 지옥에 곧장 떨어질 것이야." 용성스님은 이에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큰스님, 감사합니다."

◇나를 닦아내는 수신은 수심으로부터

이상은 현각스님이 전해주는 일화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벽안의 현각스님은 숭산스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했다.

'버리는 것'은 청소의 기본이다. 쓸데없는 물건을 버리기 전에 자신을 먼저 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몸을 닦는 수신(修身)이다. 수신은 수심(修心)으로부터 온다. 빈 마음이 먼저다.


계산기를 사용코자 할 때 계산기 판에 숫자가 이미 찍혀 있으면 다른 계산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깨끗이 하라'는 C라고 쓰여진 단추를 눌러야 한다. 바로 0(零)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버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속은 탐욕으로 얽히고설킨 혼돈 그 자체다. 이기심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가 대표적이다. 월가로부터 불어 닥친 경제위기의 원인도 탐욕을 다스리지 못한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를 지원받고 국유화됐다. 그 판에서도 비크람 팬디드 CEO는 3822만 달러의 보수를 챙겼다. 한국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을 쇄신하는 것이 역대 정부의 숙제꺼리다. 대체로 공기업은 독점사업에다가 덩치가 크다. 그래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렇지만 공기업을 대부분 '주인이 없는 회사'(?)로 치부해버린다.

◇CEO와 노조간 이면합의가 청소의 걸림돌

그렇다고 해서 주인을 찾아주는 민유화(民有化)도 어렵다.

적자인 공기업은 선뜻 살 임자가 나설 리 없고 흑자 보는 공기업은 살만한 곳이 재벌 아니면 외국자본 정도다. 공익을 달성하는 데 문제가 많다.

민영화(民營化)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대부분 공기업 경영진은 정권을 잡은 쪽의 전리품이다. 그래서 늘 '낙하산'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어느새 조용해진다. 노조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이면합의'로 CEO들이 야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기업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 된다. 탐욕을 버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인기리에 임기를 마친 후 한웅 큼 움켜쥐고 나가면 그뿐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세비를 올리는 데는 여야 화합(?)이다.

결국 국민들만 곪게 마련이다. 청소에는 새 문화를 흡수하는 환기가 중요하듯 버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버림'의 기준은 전체를 위해 "필요한가, 불필요한가"다. 물건도 그렇고 조직기구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CEO들이 비리로 구속된 기업의 경우조차 청소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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