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과잉 유동성' 미묘한 엇박자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5.20 14:39

정부 "정책기조 유지", 한은 "정책기조 정상화 필요성 증대"

유동성 과잉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다른 의미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시그널을 줘 해석이 분분하다.

이는 김재천 한은 부총재보가 '정책금리 인상' 발언을 하던 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안에 유동성 회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김 부총재보는 지난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의 정책토론회의에서 "정책기조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릴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도 높은 금융완화가 경제에 부작용을 주지 않도록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조절하는 등의 '출구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기조의 전환 시기 및 조절 속도는 경제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토를 달았지만 저금리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지난 12일 이성태 한은 총재가 출구전략 실행 여부에 대해 "수습계획 등을 마련해야 하고 준비도 해야지만 본격적으로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고 한 것과는 뉘앙스가 다르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경제상황 정상화에 대한 원칙적인 대비를 언급한 것으로 출구 전략이 조만간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금리인상의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돌았다.

같은 날 오후 윤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월권'으로 느낄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 윤 장관은 '4분기까지 유동성을 회수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금년에는 유동성 회수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전후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 들일 경우 "올해 안에 금리인상은 힘들다"고 시기까지 못 박아서 말한 셈이다. 이는 김 부총재보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장관은 20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단기유동성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통화량(M2) 줄고 유통속도도 떨어져 유동성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해 전날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물론 윤 장관은 "섣불리 통화를 환수했다가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을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수 있어 이것이 하나의 딜레마"라며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는 것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해 유동성의 조기 환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방점은 "돈이 아직 제대로 돌지 않고 있어 유동성 과잉에 동의하지 않으며 정책기조를 바꿀 의사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초로 '과잉유동성'이라고 표현했던 윤 장관과 '과잉유동성이 아니다'는 입장이었던 한은이 정반대의 위치로 돌아선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면서도서도 1기 경제팀 때와 같은 심각한 엇박자로 받아 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SK증권 염상훈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저금리의 부작용과 금리인상의 위험성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므로 김 부총재보나 윤장관의 발언이 엇갈리기는 대목이 있지만 모두 정부당국이 할 만한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염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 있긴 했지만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연말까지는 가져 가되 그 이후로는 올릴 수 있다는 정도로 풀이하면서 제한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정책기조를 전환할 시기가 아니다"며 "비록 발언의 의미나 강도차가 있다고 해도 과잉유동성 논란에 대해 정책당국이 방향을 달리 할 수 있다는 나름의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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