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보공개 없으면 녹색금융도 없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5.20 14:33

투명한 비재무적 정보, 선제적으로 공개토록 나서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정보를 시장에 공시하는게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몇 대기업 외엔 이런 공시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요. 그런 정보를 공개해본 경험도 물론 없고요."

정부가 기업의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 등 환경유해정보와 사회적 책임 달성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가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환경경영과 사회책임경영 등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 '사회적책임보고서' '환경사회보고서' 등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 68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숫자는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공공 연구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 비영리단체인 환경재단을 포함한 숫자다. 민간 기업은 65곳으로 국내 상장사 1700여개사 중 3.7%에 그친다.

그나마 삼성SDI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3개사 정도가 2003년에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보고서를 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한 번 내고 흐지부지한 상태다.

국내 굴지의 모 증권사는 2006년 9월 보고서를 발간하며 '매년 1회 보고서를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 항공사는 2006년 이후 매년 보고서를 내긴 했지만 제3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아 객관성이 아쉽다.

경제규모 세계 14위, 수출규모 4400억달러를 자랑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수준에선 이처럼 위상이 초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세계 금융산업의 구조가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중 하나는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줄 때 기업의 단기 재무성과 뿐 아니라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비재무 정보를 참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재무 성과만으론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를 가늠하는데 미흡하다는 인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은 넘치는데 이 돈들이 기업으로는 잘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의 떠도는 돈들이 기업에 유입되려면, 특히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는 녹색산업으로 들어가려면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

기업들도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부담스러워 하면서 자금이 돌지 않는다고 토로할 것이 아니라 먼저 선제적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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