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15년 전 뿌린 기적의 씨앗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5.19 11:18

제강부 장학사업 '강우회' 결실되어 돌아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강부의 장학사업 모임인 '강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오병택씨는 최근 광양지역의 치과 간호사인 조혜란씨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가 광양제철소 제강부 재직 중 돌아가셨을 때 조씨는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 강우회로부터 대학 4년 간의 학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덕분에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조씨는 간호대를 무사히 졸업하고, 지금은 광양지역의 한 개인 치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를 여읜 뒤에도 자신의 오랜 간호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조씨는 향후 자신도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또 조씨는 6월부터 광양제철소 제강부 봉사단과 함께 광양지역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을 상대로 구강검진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아버지가 광양제철소 제강부 재직 중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김은성씨도 강우회의 장학금을 받아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대학 8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을 때마다 김씨는 강우회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최근에는 자신이 받은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강우회의 로고송을 작곡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왔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처음 씨를 뿌린 광양제철소 강우회의 15년에 걸친 장학사업이 결실을 맺으며 돌아오고 있다.

강우회가 생겨난 것은 정 회장이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으로 있던 지난 1994년. 제강이란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한다.

당시 광양제철소 차원에서 제강부로 2000만원의 생산장려금이 나오자 정 회장은 "이를 그대로 나눠 갖지 말고, 동료 직원들이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유가족들에게 줄 장학금으로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생명보험이 충분히 저변화되지 않은 당시에는 가장이 오랜 투병을 통해 가정의 돈을 모두 쓰고 사망할 경우 유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최소한 자녀들의 학비만큼이라도 동료들이 책임지자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이 같은 제안에 따라 그해 9월1일 강우회가 발족됐고, 이후 기금은 평균잔액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현재 930명인 광양제철소 제강부 직원들이 매달 2000원씩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고, 제강부에 포상금이 나오면 이 가운데 10%를 기부하기도 한다. 퇴직자들이 퇴직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맡기는 경우도 있다. 명절 때 제강부 직원들을 상대로 선물세트를 팔아 비용을 마련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간암·췌장암 등 투병생활을 거쳐 천명한 전 제강부 직원 6명의 자녀 11명이 강우회의 도움을 받았다. 이 가운데 7명은 이미 대학교까지 학업을 마쳤고, 나머지 4명은 지금도 장학금을 받고 있다.

강우회의 오 회장은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거나 지금도 장학금을 받고 있는 동료의 자녀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제는 생명보험 등이 저변화된 만큼 앞으로는 글로벌 인재 양성 차원에서 해외유학 비용을 지원하고, 자립 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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