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집 사야 할 때?

머니투데이 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 2009.05.19 09:05
명색이 건설부동산부 부장인데, 부동산투자에 젬병이라는 고백을 먼저 하고 싶다. 때로는 '집이나 땅 갖고 장난쳐서는 안된다'는 개인적 소신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강남은 아니더라도 서울에 30평형대 아파트 1채 갖고 있으면 됐지'라며 자위하고 산다.

이런 기자에게 집을 언제 사야 할지, 어느 지역이 좋은지 등을 물어보는 지인들이 적잖다. 아무래도 평소 전문가들에게 주워듣는 말이 많다고 생각해서인가 보다.

올해 초에도 그랬다. 강남구 일원동에 전세 사는 친구가 "이른바 급급매물이 나와 빚내서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지난해 말까지 추락하던 강남 집값이 당시 반등 조짐을 보이려 할 때다. 기자는 부동산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을 인용해 "하반기까지 좀 더 기다려보고 결정하는게 낫겠다"고 답해줬다. 그 즈음 회사 동료도 동부 이촌동 아파트 급매물에 관심이 있다며 조언을 구해왔다. 역시 기자의 답변은 "별로 싸 보이지 않는다. 기다려라"였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일원동과 동부 이촌동 아파트는 1억원 이상 올랐다. 괜히 기자 말을 들었다는 지인에게 "투자의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지…"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올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각종 개발호재에 힘입어 강남 재건축아파트 위주로 거래는 거의 없이 매도호가만 급등했으나 최근에는 거래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강남3구의 실거래건수가 2200건으로 2006년11월이후 2년5개월만에 최다를 기록한 것.

거래건수 급증은 가격 강세로 이어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의 4월 최고가는 9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억∼1억2500만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버블세븐이 반값세븐이 되는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으나 상당수 강남 아파트값이 2006년말∼2007년초 최고가대비 80∼90%선을 회복했고, 일부 재건축아파트는 최고가 수준까지 올랐다.

게다가 강남발 훈풍은 일명 버블세븐으로 확산되고, 수도권 분양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급기야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조짐이 나타나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잡겠다"는 말까지 했다. 경제부처 수장의 입에서 투기라는 말이 나오기는 2006년 이후 3년여만의 처음이다.

주택수요자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고, 전망도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집사야 할 때로 판단된다"며 "이전 인기지역의 집을 사는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두가지를 들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사람은 항상 좋은 집에 살고 싶고 기회가 되면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집값 하락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금 부동산시장은 게릴라 장세"라며 "집 살 기회가 또 오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말고 기다리는게 좋다"고 말했다.

누구의 전망이 맞는지는 3∼6개월후 시장이 답해 줄 것이다. 무책임한 말이지 몰라도 이보다 더 정답은 없는 듯하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외환위기 학습효과 바람이 너무 거세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후 그랬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맹신하고 투자하는 건 문제가 있다. 외환위기 때를 참고는 하되 현 경기 상황과 2010년 이후를 전망하면서 부동산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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