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호박에 줄 긋는 GMAC의 개명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9.05.19 07:01
GMAC는 약 한세기 전 제너럴모터스(GM) 차량 고객들에게 구매 자금을 빌려주기 위한 GM의 자동차 대출 전문 금융 자회사로 출발했다.

GMAC의 원 이름은 제너럴모터스 액셉턴스 코포레이션. 2006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탈이 대주주가 되면서 약어인 지금의 이름이 사명으로 채택됐다.

당시만 해도 사명에 GM이라는 알파벳 두글자가 선명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모기업의 후광이 든든한 뒷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GM을 완전히 떼어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AC는 22일부터 '얼라이은행'(Ally Bank)란 새 이름을 사용할 계획이다.

GMAC가 사명에서 GM을 삭제한 이유야 뭐 뻔하다. 그룹 내에서야 `인륜마저 저버린 눈물겨운 결정`이겠지만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GMAC는 앞으로 부실 투성이의 자동차, 모기지 대출 대신 소비자금융에 주력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고객들의 신뢰를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명에 몰락한 GM이 버티고 있다면 이는 악몽이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는 식이다.


한 네티즌은 "이름이 바뀌어도 모기지 사업은 계속된다"는 댓글로 말뿐인 변화를 비꼬았다. 다른 네티즌은 "실패한 자동차 업체(GM)와 연결된 실패한 금융사(GMAC)와 동맹(Allied)을 맺고 있는 곳은 미국 정부가 유일하다"며 정부의 무분별한 구제금융 투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GM과 함께 중국에 팔아버려야 한다"는 다소 감정적인 댓글도 올랐다. 자동차업체들의 자만과 무계획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을 중국에 빼앗겨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미국인들의 속내가 드러나는 말이다.

GMAC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자기 자본의 절반 이상인 115억달러를 확충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시험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이 몇이나 될까. GMAC가 살아남기 위해선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피하고 재무부도 이를 알고 있다.

GMAC의 홈페이지(gmacbank.com)는 이미 '얼라이은행'(ally.com)으로 바뀌어 있다. 이전 자동차 왕국 시절엔 보기 힘들었던 신속한 은행 서비스이다.
GMAC든 얼라이은행이든 납세자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는 한 개명이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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