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샅바싸움' ...해결사는 'MB '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5.18 15:29

'버티기'기업향해 MB "개혁 적기" 쐐기

은행과 기업간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구조조정을 놓고서다. 칼을 든 은행대로, 버티는 기업대로 할 말이 많다.

게다가 경제가 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자 의욕도 많이 감퇴했다. 우선 몰아붙여야 하는 은행의 칼끝이 무뎌졌다. '압박'보단 '대화'다.

반면 기업의 버티는 힘은 더 커졌다. 이렇다보니 사라졌던 '자율'이란 말이 재등장했다. 은행과 기업이 '자율적' 협약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하튼 규정에는 '재무구조개선약정'만 있다"고 했다. '자율 협약'에 대한 조소로 들린다.

실제 당국의 메시지는 강했다. 출발 지점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밀착 점검' '엄중 책임' 등 수위도 강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금융기관을 향해 "소극적이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로 일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한 것도 이 때다.

이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에) 협조하지 않은 그룹에 은행이 신용공여를 하겠나" "구조조정이 잘 안 되면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이 잘 되겠나"라며 압박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대우그룹도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두 건지려고 하다가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며 아까운 기업부터 먼저 팔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래도 큰 상황 변화는 없었다. 보름이 넘게 '힘겨루기'만 계속됐다. 약속했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시한(5월말)은 다가오는데 최종 대상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할 적기"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갈 길이 아직도 남아있고 냉정하고 신중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 "지난 외환위기 대 서둘러 긴장을 풀어 위기를 통해 반드시 해야 할 구조조정과 각종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등 걱정과 아쉬움도 담았다.

메시지 대상은 기업과 은행 모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당국과 채권단에 힘이 되는 얘기"라며 "머뭇거리던 은행이나 기업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재무구조 평가 결과 '불합격'한 그룹 14곳 중 업종별 특수성 등을 고려,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던 일부 그룹과도 '자율 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합격한 그룹 중 일부도 '자율 협약'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 모두 동의해야 하지만 자율 협약은 주채권은행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이 부채권은행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자율협약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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