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금자리주택'과 대형마트 효과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09.05.19 10:30
"이제 보금자리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민간주택시장이 고사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겁니다."

한 민간주택업체의 임원은 한숨을 내쉬며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정책에 대해 이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보금자리주택이 한마디로 '대형마트'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그 주변의 영세 수퍼마켓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상권 자체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정부(공기업)가 '직주근접'이 가능한 입지를 '입도선매'하면서 가격은 상한제적용 아파트보다 더 싸게 공급하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보금자리주택에만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민간사업자가 서울에서 10~15㎞ 떨어진 수도권의 택지용 땅을 3.3㎡당 500만원이하로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설사 입지 좋은 땅을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이번엔 분양가상한제에 걸려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같은 조건에서 경쟁조차 어렵고 아파트를 차별화할 수도 없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 임원의 불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금자리주택이 잘 팔리는 중소형 분양주택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간사업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전용면적 85㎡이하 공급을 할 수없도록 하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에서만 짓도록 한 것도 민간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민간택지와 공공택지에서 짓는 민간아파트에 대해서 분양가상한제라도 풀면 주택상품을 고급화해 수요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문제점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내 말문을 닫았다. 이같은 정부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민간사업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표정인 듯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집값 폭등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가 민간사업자들의 '고분양가'경쟁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용면적 85㎡ 중소형주택 상품에 대해선 수요자들에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민간사업자들에게 문을 열어 줘야 한다. 주택시장에서도 대형마트의 독점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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