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위한 조정 or 상승에너지 고갈?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본부장  | 2009.05.18 10:49

[마켓 인사이트]"변수보다 변수의 크기 중요"

3,4월 두 달에 걸친 가파른 랠리 후 5월 들어 시장은 다소 소강상태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미국 등 선진 시장 대비 꾸준히 초과수익률을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최근 2주간 코스피 지수의 흐름은 글로벌 마켓과 비슷한 정도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 두 달간 40%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낸 데 대한 자연스런 조정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간 시장 상승의 논리적 기반이었던 몇가지 요인들을 놓고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원/달러 환율의 경우, 2월말 1,600원 선에 근접했다가 그 이후 1,200원대로 가파른 하락 흐름을 보였다. 이에 글로벌 신용위기 및 한국의 유동성 위기가 완연한 해소국면으로 들어갔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의 상승에 크게 일조해 왔다. 환율 하락 흐름에는 글로벌 신용위험 지표의 개선 뿐만 아니라, 2월 이후 한국 무역수지가 매월 20억달러 ~50억 달러의 흑자기조를 유지해옴에 따라 한국 경제의 펀드멘털에 대한 믿음이 강화된 부분도 컸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환율이 1,200원대에 이미 진입한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출주의 양대축이라 할 수 있는 전기전자 및 자동차 업종을 놓고 볼 때, 1분기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휴대폰, 가전, 자동차 부문에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과 마진이 동시에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의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 수준을 능가하였다. 한마디로 물량과 수익성이 같이 좋아지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고환율이 최고의 효자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환율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하락해 온 상황에서는 이러한 환율효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의 둔화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둘째, 경기와 기업실적 모멘텀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큰 폭의 실적악화를 기록했던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를 바닥으로 향후에는 전분기 대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올해 전체기간의 이익의 절대규모와 이를 근거로 한 PER(주가수익배율) PBR(주가순자산배율) 밸류에이션은 당분간 따지지 말고, 당장 바닥에서 좋아지는 턴어라운드에만 집중해서 시장이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자유낙하하는 공의 움직임에 비교하곤 하는데, 하락의 마지막 국면이 가속도 효과로 가장 가파를 뿐만 아니라, 바닥에서 튀어 올라올 때도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상승 기울기가 가장 가파른 현상들을 보인다. 이는 경기지표나 기업실적 같은 주가를 설명하는 기본 변수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V자형 경기회복 주장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재고조정이나, 설비투자 감소 같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V자형 지표 개선 효과가 그 추세를 이어가려면 수요 측면에서의 동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 품목이라 할 수 있는 PC의 경우, 4월 마더보드/노트북 ODM 출하량, 대만 PC업체 매출 감소 등으로 그간 진행되어 온 재고의 재축적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요의 급속한 회복기대는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주식시장을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하곤 한다. 각종 시장변수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에서 이미 회자되고 있는 얘기들은 상당부분 시장가격으로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올 새로운 변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향후 시장흐름은 주가의 독립변수들의 개선 여부보다는 개선 정도, 이른바 델타의 크기 자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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